에세이
"모과향" 시를 짓고 브런치에 올렸을 때 사람들 반응이 좋았고 '우리 시 선생님'께서도 칭찬을 해주셔서 애써 시를 쓴 보람을 느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모과향" 시가 나타납니다;)
https://brunch.co.kr/@5e2432a1c7b443a/35
그런데 모과꽃을 본 적이 없었다. 갑자기 모과에 대하여 더 많은 것을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과에 대하여 더 검색해 보았다.
모과는 5월에 꽃이 피는데 연녹색 새잎이 돋아난 후에 그 사이로 살포시 분홍꽃이 피어난다고 한다. 연녹색 꽃잎 사이로 피어난 그 분홍색 꽃모양이 장관이라고 한다. 향 또한 은은하게 퍼지며 보는 이를 매료시킨다고 한다.
그런데 그 향을 맡고 향나무 벌레 나방이 날아들어 알을 낳고 가기 때문에 그 애벌레가 모과에 파고들어 속살을 파먹으며 자란다고 한다. 모과는 그 속살을 메우며 자라서 그 상처 난 자리가 불룩 불룩 튀어나오게 된다고 한다. 그것이 모과가 울퉁불퉁 못생기게 된 이유라고 한다. 그렇지만 향기는 훨씬 더 강해진다고 한다.
실지로 근처에 향나무가 없는 곳에서는 모과가 둥그스름하게 예쁘게 자란다고 한다. 그런데 그 모과는 크기가 훨씬 작고 향기도 덜 하다고 한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훨씬 궁금증이 풀렸다. 뭔가 시로 작성할 만한 것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와 같이 시를 작성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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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허공을 살포시,
밀어내는 연분홍 꽃망울
그윽한 그 향 따라
날아든 불청객
언제부턴가, 어린 모과에는
벌레가 자라고 있었다
눈물로 메꿔진 그 자리
굳은살 돋으며 자란다
그리하여, 더욱 단단해지고,
그 향기, 더욱 진해진다
아, 상처 없는 마음 어디 있으랴,
그렇게 성숙한다는 모과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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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 시 선생님'께 조언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이 시를 카톡으로 보냈다.
" 선생님 이 시 좀 봐주실 시간이 되실까요?"
(잠시 읽어 보신 후)
"좋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행 없애도 안될까요?"
"그래요?"
"제목도 너무 노골적이고요, 나머진 좋습니다. "
" 2연의 '그윽한'도 없애면 좋을 듯합니다."
"그러면 제목을 뭐라고 하면 될까요? "
" 더 좋은 게 안 떠오르면 그냥 모과가 낫습니다. 시가 이제 자세를 잡아가는 게 보입니다. "
" 아, 예 감사합니다. "
" 그리고 힘을 조금 더 빼시기 바래요. 마지막 행은 아무래도 사족 같아요. "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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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여 다시 시 제목도 고치고 고민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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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허공을,
살포시 밀어내는 연분홍 꽃망울
그 향 따라 날아든 불청객
언제부턴가, 어린 모과에게는
벌레가 자라고 있었다
눈물로 메워진, 그 자리
굳은살 돋으며 자라난다
그리하여, 더욱 단단해지고
그 향, 더욱 짙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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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작성한 후, 이번에도 카톡으로 여쭤보면 성의가 없는 것으로 생각될 것 같아서 직접 선생님이 운영하시는 북카페를 찾아가서 조언을 부탁했다.
시를 죽 읽어 보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신다.
"상처의 힘이라는 제목이 훨씬 좋습니다. 그런데 '벌레가 자라고 있었다?' 고개가 갸웃해집니다.
그리고 4연에서 "굳은살 돋으며 자라난다"? 이것으로는 뭔가 좀 약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요 부분 다시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 이것은 시의 기교문제인데요. 마지막 종결, "그 향, 더욱 짙어지는 것이다."라고 끝을 맺었는데, 굳이 이렇게 적는 거보다는 "그 향, 더욱 짙어지는 것이리."이렇게 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힘을 빼라고 하셔서 첫 연도 고치고
다시 정리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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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허공을 밀며
연분홍 꽃들이 피고 있다
그 향 따라 날아든 불청객
언제부턴가, 어린 모과에는
벌레가 파고들었다
상처 난 그 자리, 눈물로 메우며
그 상처, 세월 따라 옹이 되어 맺힌다
그리하여,
그 향, 더욱 짙어지는 것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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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과꽃
이쯤에서 '우리 시 선생님'의 결이 다른 시 한 편을 소개합니다.
신휘
달빛 아래
서성이는 그림자가 있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사람은 있어
담장 밑에
누군가 정안수를 떠놓았다
이 밤 달은 밝고 구름 흐르는데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 사람
밤새
달 사이에 두 손을 밀어 넣고
자신을 닳아 없애던 사람을
본 적이 있다.
이 시에 대한 '우리 시 선생님'의 설명도 보너스로 곁들일께요.
"시는 말하되 다 말하지 않는다."
어머니를 전면에 내세워도 되지만 그것이 어머니임을 유추해 볼 수 있는 시어가
더 팽팽함을 가져오는 듯해 '달빛아래 서성이는 그림자'를 빌려온 것입니다.
그다음 어머니의 부재와 요즘 우리 시대 상실된 모정을 상징하기 위해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사람은 있어'를 등장시킨 것이고요
그런 다음 어린 날 본 적 있던 어머니 지워지지 않는 사람을 한번 더 대비시킨 뒤 빠져나왔습니다.
손을 비비며 자신을 닳아 없애는 행위를 맷돌에 비유했답니다. 이 정도로 어머니와 맷돌이란 은유, 이질적인 것들 사이에서 존재하는 공통점이 제시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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