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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물젤리 Feb 17. 2023

나에게도 세컨하우스가 생겼다

코로나 자가격리의 전리품

지지난해 코로나로 초긴장이었던 여름 동생이 밀접 접촉으로 자가격리를 하게 됐다ㆍ

마땅히 있을 곳이 없어 15년째 거의 방치되다시피 한 시골 친정집에 있기로 했다ㆍ

사는 곳과 그리 멀지 않고 집 앞에 작은 밭이 하나 있어서 동생이 천년초를 심어서 밭관리를 하다 보니  마당이나 담장 넝쿨 같은 건 제거를 해둔 집이다ㆍ

전기와 수도는 연결돼 있는 상태라지만

음식이랑 기본 생필품 같은 건 아무것도 없는 집이었다ㆍ

동생은 우선인근 도시에 사는 언니에게 간단한 것들만 준비해 달래서 시골 격리 살이에 들어갔다ㆍ


깨톡 ᆢ 밤중에 카톡이 울린다ㆍ

낡은 평상 위에 텃밭에서 막 뜯어 데친듯한  부추 한 접시랑  반들반들한 햇반  개에 고추장 그리고 맥주 한 캔으로 저녁상이 차려졌다ㆍ

왠지 웃음이 났다ㆍ

" 야, 어떻게든 살아지는구나, 보름 동안 지겨울 텐데 어쩔래? 몸조심하면서 반강제 자연인 생활 잘해라 "

"아따  테레비도 없고 깝깝하당께....."



평소 농담 잘하는 동생은  남편과 통화하면서 

 바닷가에서 낚시도 하고 벌초도 미리 하겠다며 농을 친다ㆍ

" 야, 너 대문 밖에 나가면 큰일 나, 뉴스에 나오고 싶냐?"

"아 매형 알지라 , 그런데 매형도 알다시피 우리 집에 대문은 없잖아요ㆍ담장만 빙 둘러져 있고.....,

하하하..."

수저는 입에도 대지 말라는 금식령에 젓가락으로 밥 먹는 건 괜찮다는 거랑 똑같은 얘기다ㆍ


그렇게 첫날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 걱정되는 마음에 전화를 했다ㆍ

"아 지금이  신디 아직 밥을 안 묵어, 진작 묵고 화단 나무 잘라내고 있는디"

동생은 하룻저녁 시골집서 보내더니 사투리가 더 걸쭉해졌다ㆍ


"아, 그런데  아직 구호식량이  안 오네,

굶어 죽어불믄 그걸로 제사상 차릴랑가"

덩달아 농담도 찐해졌다



"그런데 누나, 나가 보름 동안 어차피 있승게 이 집을 좀 고쳐 볼까?"

"어디서부터 손을 봐야 되는데 , 다 낡아서"

"이니여 멀쩡해 , 나가 자세히 보아보니까 담장 넝쿨 걷어 내고 화단 정리하고 지벙쿠(지붕) 뺑끼 칠하고 부엌이랑 큰방 장판 싹 갈고 마루 새시뺑끼칠 좀 칠하면 될 거 같은디?"


"보일러는 일단 집 고쳐보고 담에 사등가 고치등가 하고"

"알아서 하고 일단 몸에 증상 있는지나 신경써, 어중간하게 손댔다 포기하면 헛고생되니까"

" 나 바쁘게 일단 끊소 누나"


깨톡 깨 깨톡

카톡 알림이 울린다ㆍ

대화는 없이 말끔해진 화단 사진이 도착했다ㆍ

깨톡~~~

넝쿨 벗은 돌담 사진이 도착한다ㆍ

깨톡~~

나뭇잎이 수북했던 마당 귀퉁이에 절구통이 내부가 말끔해졌다ㆍ


이웃집에서 집 밖에 생선구이를 가져다 뒀다고 카톡이 울리고

올케가 다녀간 날 카톡에는 그럴싸한 저녁상 사진과 함께

" 철조망이 가로막힌 것도 아닌데 멀리 떨어져서 통화만 했네,  집 밖에 물건들 찾아가라고"


그다음 날 몸이 어떤가 염려가 돼서 좀 이른 시간에 연락을 했다ㆍ

"일어났어?"

 "지금이 몇신가 , 해가 중천 인디 "

"경운기 소리 때문에 얼마나 일찍 깼는지 낮잠 잘 시간이 됐구먼"

시골 여름은 새벽이 낮이다ㆍ


" 누나, 암만 생각해도 지벙쿠 뺑끼칠을 해야 거었네"

전화받기 급하게 말한다ㆍ

번갯불에 콩 볶는 것도 아니고 성질이 급한 건지 추진력이 뛰어난 건지ㆍ

아랫채까지 지붕도 두 개인 데다 한여름에 혼자 어찌 하겠다는건지ㆍ 무엇보다 격리 중에 다칠까 봐 걱정이 컸다ㆍ

좀 더 생각해 보자고 했는데 얼마 후 또 전화가 울린다ㆍ

"누나, 나가 알아봉깨 초록색은 32만 원이면 될 것 같고 주황색은 좀 더 주면 될  같은데 어떤 색이 맘에 등가?"

"생각해 보소 잉?"바로 깨톡

페인트 가게 계좌번호랑 금액이 도착했다ㆍ

금액을 보니  이미 파란색으로 결정을 했다ㆍ

페인트는 직접 칠할 테니 돈을 내시오 하는 뜻이다ㆍ


깨톡

이틀 후 파란색으로 말끔해진 지붕 사진이 도착했다ㆍ

또 얼마 후엔 벽지 장판이 말끔한 부엌 사진이 오고

얼마 후엔 하얗게 칠해진 마루 새시 사진이 왔다ㆍ


"큰누나 도배지랑 장판을 사야것는디 얼마면 산 단디 으짜까?""

""형 아무래도 보일러를 바뀌야것는디 얼마 한다는디 바꿔야 될랑가?"


이렇게 이집저집  깨톡 고지서를 투척해 돈을 받아내

집은 한 군데 두 군데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었다ㆍ


깨톡

"도배지랑 장판을 너무 싸구려를 샀더니 영 맘에 안들구마"

"그럼 거기다 이태리 대리석에 실크 벽지로 할라고 그랬냐?"

"이태리쩨까지는 필요 없어, 국산 대리석도 쓸만해"

오지에서 격리생활 중에도  짓궂은 농담 좋아하는 건 여전했다ㆍ


그리고 격리 일주일쯤 지나가자

"빠쁜디 왜 전화헝가? 아프믄 말할랑게 그렇게 알소"

전화가 끊긴다.


이틀후  정말 아프다고 전화를 했다ㆍ

" 나 벌에 쏘여 가지고 지금 팔이 풍선처럼 퉁퉁 부어부렀네, 병원도 못 가고 미쳐불 것 구마 "

"119에 전화했는데 코로나 위험 때문에 병원도 못간단디?"

 "고모가 근디 벌 쏘인 데를 복합비료 녹인 물에 담그면 붓기가 싹  빠져나간단디  더 심해지면 한번 해 보까?"

숱하게 농담을 쏟아내던 동생이 제법 진지하게 말을 했다.

상태가 점점 심각해지면  병원도 못 갈 처지라 가만 있느니 뭐라도 해보자는 심정이었을테다.

차라리 장독대에 정한수 떠놓고 무릎꿇고 두손 싹싹 빌던가 용하다는 무당 모셔다  굿을 하고말지

상처에 된장은 들어봤어도 벌쏘인 자리에  비료라니.

다행히  벌 쏘였던 팔은 곧 회복이 돼서 비료를 물에 녹이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ㆍ



깨톡 깨톡 깨깨톡

마당에 낡은 평상이 새물건처럼 변신한 사진이 오고

가스통으로 만든 바비큐 통 사진이 오고

마당에서 식사할 수 있는 테이블이 생겨나고


밭 갈던 쟁기에 지게 세트에

어디를 뒤진 건지 홍두깨질하던 다듬잇돌을 찾아내고

엄마 시집올 때 가지고 오신 재봉틀 사진이 오고

어처구니없는 맷돌에 절구까지 두 개.



그리고 옛날 기억 속에나 있던 추 매달린 저울도 나타나고

집구석구석 뒤져서 찾아냈을 어마어마한 술병들 사진이 연달아 카톡을 타고 온다ㆍ



그리고 문을 죄다 뜯어내 한지 바르는 작업까지 마쳤다며 사진이랑 문자가 온다ㆍ


격리 끝나기 전

,"누나, 나가 부엌도 정리했는디 기 사서 워 묵게 오소  , 상추도 엄청나게 심어놨승 뜯어서 묵세""하하하하 "

그리고 깨똑 ᆢ

얼마 전에야 씨를 뿌려 이제 막 애기잎이 빼꼼  얼굴을 내밀고 있는 상추 사진이  도착했다ㆍ



드디어 동생의 자가격리 기간이 무사히  끝나고 시골집에 갔다ㆍ

집 처마 끝에는  주먹보다 훨씬 큰  벌집통  하나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저것들이 우리 집에 집을 지면 어찌 되는가 본떼를 보여줘야 된당께"

이후에 벌은 꼴도 보기가 힘들어졌다고 하는 걸 보니

일벌백계의 지략은 일단 성공한 듯 보였다ㆍ




"매형 , 제가 조그만 헌 배를 한 구했승께  엔진은 매형들이 달아주시요"

며칠 후 식사 중인데 전화해서는  밑도 끝도 없는 말을 했다ㆍ

어디서 공짜로 얻었다며 아주  작은 배 사진을 보냈다ㆍ

돈 빌려간 기억은 싹 잊어먹는 애가

언젠가 술자리에서 매형들이 배를 사 줄 테니 알아보라고 했던 말을 잊지 않고 있었다ㆍ


"그 배 장난감 아니냐? 한 사람도 못 타겠다"

"아따 매형, 세 사람은 탄당께요, 낚시 댕기기 딱 좋당께요

원양어선처럼 때평양 큰 바다 가서 참치도 잡아오라면 잡아올 수 있당께요 "

"사실은 근디 배는 작은디 엔진도 없승게 노 젓고  가다가   

근처에 배가 지나가불믄 파도에 쓸려서 우리 배는 선착장에 다시 자동 주차(정박) 돼부러요"


얼마후

"매형, 아는 사람이 엔진을 백만 원에 판단디 어쩌까요?"

바람 불 때랑 음주 승선은 금한다는 다짐을 받고

혼자 털리기는 싫었는지 남편은 형부한테 전화를 했다ㆍ


동생은  배 조정 면허도  벌써 따뒀다고 했다ㆍ

배는 심하게 작았다ㆍ

엔진이 그 배에는 과분하다고 생각했다ㆍ

좀 더 큰 배로 알아보자는 말들이 오가고 있는 중이다ㆍ

어른 세 사람은 거뜬하다던 그 배는 두 사람도 목숨 반 내놓고 겨우 탈 수 있는 크기였다ㆍ

나도 낚시 갔다가 한번 탔는데 내 생명에 더욱 애착이 생겼고 나는 그 배와 이별하기로 했다ㆍ

동생은 공짜로 얻은겅께를 자주 말하는 걸 봐서 은근 좀 더 큰 배를 기대하는 것도 같다ㆍ


" 매형, 좋은 배가 나왔는디 어쩌까요?"

어느 날 불쑥 전화가 올지도 모른다ㆍ

"그 꼬막 배는 큰 매형 손주 장난감이나 합시다"하면서...


시골에 세컨드하우스 구하겠다며 노래를 불러댔더니

어수선하고 손볼 데가 수두룩한 곳이지만

나에게도 먼 곳이나마 이렇게 세컨 하우스가 생겼다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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