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
말 안 듣는 다섯 살이 되고
예쁘다 예쁘다에서 왜 그래 왜 그래로
미남이에게 가장 자주 하던 말이 언젠가부터 바뀌어 있었다.
그런데 나뿐만이 아니고 미남이 엄마 아빠도 마냥 주는 사랑법에서 훈육이라는 육아 과도기를 겪는 중이었나 보다.
수다쟁이 미남이에게 입 닫고 몇 분 가만 앉아 있으라고 하거나
한쪽 벽에 서서 두 손을 들고 있으라는 <손들어> 벌칙을 주기도 했다.
어느 날,
가지고 놀던 장난감 정리를 거부하는 미남이에게
눈감고 말 금지 별칙을 내렸다.
눈은 감고 잠시 말을 멈춘 미남이는
검지로 입을 가리키면서 씰룩거렸다.
"으 으 으"
입을 다물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오물거리며
힘들어하던 미남이
눈을 감은 채로
"할머니 그냥 눈만 감고 말은 하면 안 될까요? 말 안 하는 건 너무 힘들다고요"
<들은 얘기>
어느 날 목욕탕에서
겨드랑이를 닦느라 미남이 아빠가 말했다.
"미남이 손들어"
"아빠 제가 뭘 또 잘못했어요?"
두 손을 뻗으며 잔뜩 풀죽은 소리로 물었다고 한다.
서두르지 않고 훈육에도 연착륙이 필요한 게 아닐까
고민이 필요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