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틈 없이 울려 대는 자동차 경적
출장으로 인도에 와있습니다. 인도를 간다고 하니 주변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몸성히 지내라는 염려의 목소리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떠나는 저보다 주변 사람들이 더 걱정하는 느낌이랄까요? 주변의 염려는 감사했습니다만 정작 저는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이미 25년여 전에 한 달여의 일정으로 인도를 여행했기 때문입니다. 뭄바이로 입국해서 뉴델리까지 거슬러 오르며 곳곳을 훑는 여정이었습니다. 미지의 낯선 나라는 아니기에 막연한 불안감보다는 과연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함이 더 컸습니다.
다시 온 인도에 대한 감상은 과거와 같습니다. 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천년 후나 한결같을 나라입니다. 물론 소소하게 변한 것도 있습니다. 사람이 손님을 뒤에 태우고 직접 손으로 끄는 인력거인 릭샤가 사라지고 모터로 움직이는 오토 릭샤로 바뀌었으며, 오토 릭샤보다 자동차가 더 많아졌습니다. 우버로 택시를 부르기에 더 이상 운전사와 피곤하게 흥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예전보다는 확실히 발전했습니다.
하지만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길거리의 풍경은 그대로입니다. 제대로 정비되지 않고 흔적만 남아 있는 인도는 걷기를 포기해야 할 정도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천한장 깔아놓고 숙식을 해결합니다. 도로는 더욱 혼란스럽습니다. 오토릭샤, 오토바이, 자동차에 더해서 소들이 활보합니다. 분명히 2차선 도로인데 3~4대의 차량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달립니다. 교통 신호를 무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태연히 역주행을 하는 자동차들 때문에 깜짝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혼란과 혼돈의 인도는 여전합니다.
가장 적응이 되지 않는 것은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자동차 경적 소리입니다. 도로 위의 모든 자동차들이 쉴 틈 없이 경적을 울려댑니다. 처음에는 큰일이라도 난 줄 알고 놀랬습니다만 이들은 너무나 태연하게 경적을 울립니다. 뒤차는 앞차에 평온하게 경적을 쏘아대고 뒤차도 경적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입니다.
관찰해 보니 경적의 의미도 다양합니다. 내가 뒤에 있어, 빵빵! 내가 추월한다, 빵빵! 차선을 바꾼다, 빵빵! 심지어 자동차 뒤에 '경적을 울려줘(Blow Horn)'이라는 문구를 인쇄해서 다니는 경우도 봤습니다. 일반 승용차보다는 화물차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서로의 위치를 경적으로 확인하면서 운전을 해야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그렇지 않아도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도로인데 시끄러운 경적까지 울려대니 아수라장이 따로 없습니다.
한국에서 이렇게 경적을 울려댔다면 분명히 멱살 잡고 싸울 것 같습니다만 인도인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상적인 일입니다.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 있나 싶습니다. 한국에 돌아가도 인도의 경적 문화는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