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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불확실한 나라의 우버

우버 쓰기

by 김컨

오랜 옛날, 그러니까 제가 1990년대에 인도에 왔을 때 저를 괴롭혔던 것은 이동 수단을 찾기 위한 사투였습니다. 당시에도 택시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마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대학교 2학년에 배낭여행으로 인도에 왔기에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지라 택시 이용은 생각해보지도 않았습니다. 저의 이동 수단은 인력거인 릭샤였고, 인력거를 끄는 릭샤 왈라와의 실랑이는 엄청난 스트레스였습니다.


곳곳에 있는 릭샤를 잡기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너무나 많은 릭샤 왈라들이 서로 자신의 차를 타라고 끌고 가는 것이 스트레스였지요. 릭샤를 타기 전에 행선지를 말하고 나면 흥정이 시작됩니다. 행선지를 말하면 릭샤 왈라가 가격을 부르고, 승객이 가격에 합의하면 타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인터넷으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시절이 아니었기에 릭샤 왈라가 부르는 가격이 적당한지 알 길이 없었습니다. 대충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타는 식이였지요.


릭샤를 타고나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릭샤 왈라는 릭샤를 끌고 가면서 쉴세 없이 팁을 요구합니다. 아직도 잊지 못할 단어인 ‘박시시’를 수도 없이 들었습니다. 우리 말로는 적선, 영어로는 donation이라고 하는데 결국 합의한 요금 외에 팁을 더 달라는 이야기입니다. 릭샤를 타고 가는 내내 박시시를 내라는 채근에 시달려야 했고, 과연 이 사람이 나를 목적지에 무사히 데려다줄까 하는 불안감에 내내 시달려야 했습니다.


오랜만에 인도에 와보니 우버를 쓸 수 있습니다. 동남아 출장에서는 그랩을 썼는데, 인도는 그랩이 없는 것 같습니다. 다들 우버를 쓰라고 합니다. 로컬 카 헤일링 서비스도 있는 것 같은데, 굳이 찾아서 쓰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기에 우버를 씁니다. 우버로 목적지를 지정해서 가격을 확인해서 부르고 호출을 받은 우버를 타기만 하면 되니 세상 편합니다.


혼란의 인도에서 유일하게 확실한 것은 우버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부르면 오고, 탔다가 내리면 됩니다. 물론 도중에 취소당하기도 하고, 혼돈의 도로에서 하염없이 서있기도 했지만 우버가 없었다면 인도 생활을 어찌했을까 싶네요. 공유 서비스의 양대 축이었던 위워크가 죽을 쑤는 가운데 우버는 건재한 이유의 하나일지도 모르겠네요. 우버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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