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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델리의 볼거리 - 4. 자마 마스지드

이슬람을 수호하는 성채

by 김컨

자마 마스지드는 인도 최대의 이슬람 사원입니다. 여기는 우연한 계기로 방문했습니다. 이른 오전에 호텔을 나서며 가고자 마음먹은 첫 번째 목적지는 레드포트였습니다. 우버를 타고 한 시간여를 달려서 레드포트에 도착했는데 왜인지 느낌이 싸합니다. 레드포트의 입구는 굳게 닫혀있었습니다. 정기 휴일인 월요일을 피해서 갔는데도 닫힌 이유는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혼돈의 인도이기에 이런 일이 생겨도 놀랍지는 않습니다.

저 멀리 레드포트가 보이는데 들어갈 수 없다니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혹시나 잘못된 입구에서 헤매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레드포트를 옆에 끼고 한 바퀴를 돌아보았습니다만 다른 입구는 없었습니다. 힘들게 올드 델리의 심장부까지 갔는데 아무런 소득도 없이 호텔로 복귀할 수는 없었습니다. 급히 구글맵을 켜서 근처를 검색했습니다. 가장 가까운 관광지가 자마 마스지드였기에 더 이상 고민 하지 않고 이동하기로 합니다.

레드포트와 자마 마스지드가 있는 구역의 사이에는 꽤나 폭이 넓은 차도가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횡단보도를 발견할 수 없기에 위험을 무릅쓰고 무단횡단을 합니다. 다행히 수많은 인도인들이 도로를 건너고 있습니다. 인도에서 무단횡단은 자연스러운 일상입니다. 단독으로 도로를 건너기는 무리이기에 눈치껏 현지인의 뒤를 따라서 도로를 횡단했습니다.

도로를 통과하자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자마 마스지드로 가는 길을 따라서 미나 바자르라는 이름의 인도 전통 시장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넓지 않은 길의 양 옆으로 좌판이 늘어서 있고 물건을 파는 상인과 오가는 사람들이 뒤엉켜서 혼란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주변을 구경하거나 사진을 찍을 겨를도 없이 앞만 보고 걸어야 했습니다. 정신없이 걷다 보니 어느덧 자마 마스지드에 도착했습니다.

자마 마스지드는 사원이라기보다 중세 유럽의 성곽 같은 모습입니다. 주위는 온통 평지인데 자마 마스지드만 우뚝 솟은 고지에서 델리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정면과 좌우에 세워진 3개의 입구는 웅장하고 튼튼해서 영락없는 성문의 모습입니다. 4면을 감싸고 있는 담장도 높고 튼튼해서 성벽에 가깝습니다.

자마 마스지드의 안쪽으로 갈 수 있는 입구는 길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만 만날 수 있습니다. 쉽게 통과하기 어려운 계단은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성을 보호하는 해자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계단 위에 올라서 뒤돌아보니 지금까지 뚫고 지나온 시장이 한눈에 보입니다. 멀리서 바라본 시장은 가까이서 본 것만큼이나 혼잡합니다.

모든 이슬람 사원은 맨발로 들어가야 합니다. 입구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저를 인도인 한 명이 막아섭니다. 외국인은 입장료를 내야 한답니다. 그가 가리키는 안내판에는 외국인 입장료 300루피가 적혀있습니다. 핸드폰이 있냐고 묻더니 카메라 촬영료는 200루피라고 합니다. 카메라 촬영료는 안내판에 적혀있지 않지만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500루피짜리 지폐 한 장을 내고서야 입구를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입구의 반대편으로 보이는 자말 마스지드는 웅장하고 화려합니다. 벽면은 적갈색과 흰색의 두 가지로만 채색되었지만 단조롭기는커녕 화려한 느낌입니다. 이슬람 특유의 기하학적인 문양과 글귀가 외벽에 새겨져 있고 모서리마다 세워진 장식은 건물에 화려함을 더하고 있습니다. 건물 위에는 세 개의 커다란 흰색 모스크가 얹혀있고 건물의 양 옆에는 높은 첨탑이 세워져 있습니다. 타지마할을 만든 샤자한이 세운 건물답게 좌우의 대칭이 데칼코니처럼 완벽합니다.

입구와 건물 사이에는 직사각형 모양의 초록색 연못이 있습니다. 예배를 보기 전에 손과 발을 씻는 용도입니다. 어떤 사람은 연못물로 입까지 헹구기도 합니다. 고여 있기 때문에 결코 깨끗할 수 없는 물인데도 사람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입니다.

건물 안에는 이슬람 신자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사우디 메카가 있는 방향을 표시하는 미흐랍 앞에서 서서 기도를 하거나 바닥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바닥에는 직사각형 모양에 모스크의 외곽선이 새겨져 있는데 각 칸마다 한 명씩 앉아서 예배를 드리는 용도라고 합니다. 사진을 찍으라면서 접근하는 인도인을 피하느라 건물에 오래 머물지는 못했습니다.

이슬람 신자가 아니더라도 자마 마스지드는 한 번쯤은 방문하실만합니다. 건물 자체도 멋지고 이슬람 신자들의 모습을 가까이서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다만 이곳에 가기 위해서는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뒤엉켜있는 북새통을 헤치고 가야 합니다. 돌아오는 길 역시 마찬가지이기에 충분한 체력과 마음의 여유를 비축하시길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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