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리 속의 발리
하우즈 카스에서 즐길 거리는 별로 없습니다. 아이 쇼핑, 맛있는 식사, 정원 산책이 전부입니다. 서둘러 움직이면 2시간, 여유있게 둘러봐도 4시간이면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밤에 가보지 못해서 야간에는 어떤 모습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이곳은 점심 전의 늦은 오전에 방문하시기를 추천합니다. 한적한 골목길의 이곳 저곳에 있는 상점을 구경하다가, 맘이 끌리는 식당에 들어가서 시원한 맥주 한잔과 맛있는 식사를 즐기고, 주변의 공원과 유적지에서 한가롭게 산책을 하면 하우즈 카스 방문은 완성됩니다.
하우즈 카스의 골목길은 인도스럽지 않고 발리에 가깝습니다. 다소 낡고 정돈되지 않은 골목길은 트랜디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습니다. 어지럽게 얽혀있는 골목길 곳곳에는 특이한 물건을 파는 가게들이 즐비합니다. 쇼핑을 좋아하지 않아서 물건을 사지는 않았지만 아이 쇼핑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낡은 건물의 한쪽벽 전체가 화려한 그래피티로 가득차 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홍대앞 혹은 이태원 거리와 비슷합니다.
점심을 먹으러 방문한 식당의 이름은 하우즈 카스 소셜입니다. 입구는 조명이 없어서 어두컴컴합니다. 벽면 하나를 가득 채우고 있는 네온사인이 없었다면 들어가기 망설여질 정도입니다. 어두운 복도를 통과해서 문을 열고 들어가니 식당 안은 눈부실 정도로 환합니다. 식당은 정원 바로 옆에 있고, 정원쪽의 통창을 활짝 열어두어서 눈부신 자연광이 식당안을 밝히고 있습니다. 점심 식사를 먹기에는 다소 이른 시간이었지만 벌써 꽤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음식을 즐기고 있습니다. 저도 생맥주와 만두로 간단한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간 곳은 하우즈 카스 요새입니다. 13세기에 만들어졌는데 당시에는 상당히 컸다고 합니다. 요새 옆에는 300여미터 길이의 직사각형 모향의 호수가 있는데, 요새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요새가 필요로 한 물의 양을 보니 과거에는 어마어마하게 큰 규모의 요새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건물의 잔해만 볼 수 있습니다. 델리의 다른 관광지와 달리 이곳의 방문자는 대부분 젊은이들입니다. 델리의 연인들이 한가롭게 데이트를 즐기는 곳입니다.
하우즈 카스 요새까지 보시고도 시간이 남는다면 바로 옆에 있는 사슴 공원을 가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입장료는 받지 않는 곳이기에 부담없이 둘러볼 수 있습니다. 다만, 공원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무작정 직진을 하다보면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크게 볼거리도 없기 때문에 호수와 입구 근처를 위주로 가벼운 산책을 하시면 좋습니다. 호수는 온통 녹조로 뒤덮여 있어서 깨끗한 물을 기대하고 방문하신 분은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