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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델리의 볼거리 - 6. 레드 포트

샤 자한 3종 세트의 완성

by 김컨

레드포트는 무굴 제국의 성채로 델리 북쪽의 야무나 강변에 있습니다. 타지마할과 자마 마스지드를 지은 황제인 샤 자한이 세웠습니다. 붉은색 사암으로 만들어졌기에 외부에서 바라본 성벽의 색깔은 강렬한 붉은색입니다. 영어로는 레드 포트라고 하고 현지인들이 부르는 이름은 랄 킬라입니다. 둘 다 붉은 요새라는 뜻입니다. 첫 번째 방문에서 문을 닫아서 허탕을 쳤기에 불안한 마음으로 도착했지만 오늘은 다행히도 열었습니다.

입장권은 성채 남쪽의 델리 게이트 옆에 있는 매표소에서 살 수 있습니다. 입장료는 250루피입니다. 성채 안에 있는 박물관 관람료도 별도로 내야 하지만 조금 피곤한 상태라서 박물관은 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출입구는 매표소에서 북쪽으로 더 올라가야 합니다. 성벽을 오른쪽에 두고 계속 걷다 보니 커다란 해자가 보입니다. 지금은 메마른 바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만 옛날에는 외적의 침입을 막기위한 물이 가득 차 있었겠지요. 해자 뒤로는 거대한 성문이 있는데 출입구가 있는 라호르 게이트입니다.


다소 이른 시간이라서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간단한 짐검사를 한 뒤에 거대한 아치문을 통과하면 드디어 레드 포트입니다. 입장하자마자 도열해 있는 상점들이 관광객을 반깁니다. 크고 긴 회랑의 양 옆으로 기념품을 파는 상점들이 줄지어 서서 캐시미어 스카프, 목각 코끼리, 철제 부처상, 전통 문양이 새겨진 그릇 등을 팔고 있습니다. 다른 관광지에서 보던 것과 대동소이하고 정찰제가 아니라서 일일이 흥정해야 하는 것도 같습니다. 상인과 실랑이를 벌일 자신은 없기에 아무런 기념품도 사지 않고 지나쳤습니다.


회랑 밖으로 나오니 정면에 붉은색 건물이 보입니다. 다완이암이라는 건물입니다. 전면에 9개의 아치가 연속해서 늘어선 개방적인 구조의 건물입니다. 건물 안에 들어서니 한가운데에 하얀색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의자가 놓여있습니다. 황제가 앉던 의자입니다. 의자의 하단은 꽃모양의 화려한 조각으로 장식되어 있고 의자를 덮고 있는 지붕도 붉은색과 초록색으로 칠해진 꽃장식이 꾸미고 있습니다. 황제가 신하들을 접견하던 장소라고 합니다.


다완이암 뒤로 하얀색의 화려한 건물들이 여러 채 줄지어 있습니다. 뭄타즈 마할, 랑 마할, 카스 마할인데 황제와 일족이 사용하던 궁전입니다. 붉은색을 배경으로 서 있는 하얀색 건물이라서 색깔의 대비가 강렬합니다. 궁전답게 외벽과 바닥을 제외한 모든 공간이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습니다. 하얀색 대리석에 각종 무늬가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고 각종 꽃무늬는 붉은색과 초록색으로 채색되어 있습니다.


레드 포트 구경을 마치고 출입구 근처로 되돌아오니 기념품을 파는 건물이 있습니다. 인도답지 않게 모든 물품이 비닐로 밀봉되어 있고 가격표가 붙어 있습니다. 피곤하게 상인과 가격 흥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습니다. 여기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인도 기념품을 살 수 있었습니다. 가격은 쌀 리 없지만 저처럼 마음의 평화가 중요한 분들이라면 이곳에서 기념품을 사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레드 포트는 델리의 대표적인 유적지입니다만 짧은 시간에 너무나 많은 유적지를 몰아서 구경하다 보니 그다지 큰 감흥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샤 자한이 후대에 남긴 3개의 유산(레드 포트, 타지마할, 자마 마스지드)의 하나라는 사실만으로도 이곳을 방문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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