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의 3중 꽃잎으로 활짝 핀 예배당
로터스 템플은 ’바하이‘라는 종교의 예배당입니다. 이름처럼 연꽃 모양의 특이하고 거대한 건물이기에 신자가 아닌 관광객들도 꽤 많이 방문하는 곳입니다. 입구에 내려서 몇 발자국 걸으니 왼쪽 저 멀리에 있는 예배당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예배당의 주위는 온통 초록색 잔디밭과 나무가 채우고 있기에 하얀색 연꽃 건물이 더욱 도드라져 보입니다.
진입로의 끝에서 좌회전하면 로터스 템플로 가는 길이 나옵니다. 이른 시간인데도 벌써 꽤 많은 사람들이 관람을 마치고 돌아오고 있습니다.
로터스 템플로 가까이 다가갈수록 연꽃은 더욱 커지고 분명하게 보입니다. 세 겹으로 된 9개의 꽃잎이 피어있는 모양입니다. 로터스 템플로 들어가려면 이슬람 사원처럼 신발을 벗어야 합니다. 건물 앞에 신발을 맡아주는 곳이 있습니다. 이슬람과는 달리 돈을 받지는 않습니다.
신발을 벗고 건물로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멀리서는 보이지 않던 바닥의 연못이 눈에 들어옵니다. 9개의 꽃잎 사이마다 9개의 인공 연못이 만들어져 있는데 마치 연못 위에 건물이 떠있는 느낌입니다. 연꽃이라는 모티브에 충실하게 지어졌습니다. 건물의 입구에 도착하자 명찰을 맨 사람들이 관람객들을 인솔해서 줄을 세웁니다. 일정한 규모 이상의 사람들이 모이면 주의 사항을 안내하고 건물 안으로 들여보냅니다. 건물 안에서의 사진촬영과 대화는 금지입니다.
막상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할 일이 별로 없습니다. 줄줄이 늘어서 있는 긴 의자에 앉아서 앉아서 내부를 구경하는 것뿐이니 조금 심심할 정도입니다. 천장을 올려다보니 9개의 꽃잎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조용한 건물 안에서 십여분 정도 앉아 있다가 밖으로 나왔습니다. 건물 바깥에도 별다른 볼거리는 없기에 재빨리 다른 유적지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이번 방문으로 처음 접한 바하이교는 여러 신앙의 공존을 모티브로 하는 종교라고 합니다. 예수도 인정하고 부처도 인정하고 알라도 인정합니다. 성경, 불경, 꾸란 등 여러 종교의 교리를 받아들인다니 취지는 좋지만 현실적으로 말이 되나 싶습니다. 종교 간에 서로 배치되는 가르침은 어떻게 조율할까요? 종교별로 금기시하거나 지켜야 하는 행동들이 있어서 이를 합치면 꽤나 많을 텐데 과연 모두 지킬 수 있을까요? 소고기, 돼지고기, 술을 먹으면 안되고 십일조와 하루 5번 기도가 의무인 종교라면 과연 신자가 모일지 의문입니다.
바하이교의 교리는 저의 터무니없는 상상과는 다른 것 같습니다. 이렇게 거대한 예배당을 지을 정도의 교세라면 꽤나 많은 신자가 믿는 듯합니다. 바하이교 신자라면 꼭 가야 하는 곳이겠으나 신자가 아닌 관광객이 꼭 가볼 장소로 꼽기는 어려운 곳입니다. 초원 위에 아름답게 피어있는 연꽃 건물을 직접 보고 싶은 분이라면 가볼만 합니다. 하지만 건물 외에는 볼거리가 없습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1시간, 건물 내부를 구경하더라도 1시간 30분이면 관람을 마치기에 충분합니다. 이것 하나만을 보기 위해서 멀리서 방문하실 필요는 없고, 주변의 다른 관광거리와 묶어서 구경하실 것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