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 PWC
글로벌 컨설팅 시장에서 회계법인은 전통의 강자였습니다. 수많은 회계법인 중에서도 덩치가 큰 딜로이트, PWC, EY, KPMG는 컨설팅 매출 규모로 1위부터 4위까지를 차지하며 Big 4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들 Big 4의 강점은 세계 각지에 뻗어있는 글로벌 네트워크입니다. 1990년대부터 추진된 세계화로 국가 간 투자와 협업이 대폭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여러 국가를 넘나들며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늘어났기 때문에 Big 4는 글로벌 네트워크로 이러한 다국적 기업을 지원하며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사정도 글로벌과 다르지 않습니다. Big 4는 1970년대부터 한국에 진출해서 컨설팅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Big 4의 브랜드는 항상 한국 시장에 있어왔지만 멤버십 체계로 운영되는 특성 때문에 실제로 Big 4의 간판을 달고 있는 회계법인은 바뀌어 왔습니다. 이번에는 한국 시장에서 Big 4 회계법인이 자리 잡은 과정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로 살펴볼 Big4는 한국에서 가장 큰 회계법인인 삼일 PWC입니다. 삼일회계법인이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PWC)의 한국 멤버십펌입니다.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는 2개 회계법인이 합병해서 탄생했습니다. 1989년에 쿠퍼스 앤드 라이브랜드와 프라이스 워터하우스가 합병해서 PWC가 출범했는데, 이들은 합병 전에 한국 시장에 진출했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제휴 파트너는 달랐습니다.
쿠퍼스 앤드 라이브랜드가 먼저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1971년에 라이부란 회계법인이 설립되었고 2년 뒤인 1973년에 멤버십 펌으로 가입합니다. 라이부란 회계법인은 1977년에 사명을 바꾸는데 변경된 이름은 바로 삼일회계법인입니다.
프라이스 워터하우스는 1979년에 한국에 진출했습니다. 멤버십 제휴 대상은 세화회계법인이었습니다. 하지만 1993년에 프라이스 워터하우스가 멤버십펌을 세동회계법인으로 변경하면서 이들의 제휴는 종료됩니다.
멤버십이 변경되자 세화회계법인의 굵직한 고객사 다수가 세동회계법인으로 감사 계약을 변경합니다. 계약을 변경한 고객사는 한국IBM, 한국듀폰, OB시그램, 대우캐리어 등 국제합작기업들이었고, 미국계 모회사의 회계감사를 담당하고 있는 프라이스 워터하우스를 따라서 세동회계법인으로 감사 계약을 변경한 겁니다. 회계법인들이 글로벌 회계법인과의 멤버십 계약에 열중하는 이유를 뒷받침하는 상징적인 사례입니다. 세화회계법인은 멤버십 계약이 종료된 한 해 뒤인 1994년에 안건회계법인에 합병되면서 사라집니다.
프라이스 워터하우스의 새로운 멤버십인 세동회계법인은 착실하게 성장했고, 1998년에는 사명에 "경영"을 넣어서 세동경영회계법인으로 변경합니다. 보수적인 회계업계에서 이러한 과감한 결정을 하게 된 이유는 경영컨설팅 업무의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당시 김익래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회계감사보다 경영컨설팅이 더 주된 일이 됐기 때문"이었습니다. IMF 사태 이후 기업 구조조정, 공기업민영화, 기업 인수·합병, 행정기관 경영진단 등의 증가로 비감사 업무인 컨설팅의 비중이 대폭 커졌기 때문이었습니다.
1989년에 쿠퍼스 앤드 라이브랜드와 프라이스 워터하우스가 합병해서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PWC)가 출범합니다. 그러자 합병 전에 각자 제휴했던 한국 내 파트너사의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쿠퍼스 앤드 라이브랜드의 제휴사인 삼일회계법인과 프라이스 워터하우스의 제휴사인 세동경영회계법인은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멤버십을 따라서 합병하거나 단독으로 멤버십 계약을 체결하는 두 가지의 경우가 있었는데,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삼일회계법인이 멤버십 계약을 갱신합니다. 멤버십을 잃은 세동경영회계법인은 1999년에 안진회계법인에 합병되며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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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 회계법인 Big 8의 컨설팅 사업 확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