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컨 Dec 02. 2023

한국 회계법인 Big 4의 형성 - 안진 딜로이트

안진 딜로이트

# 안진 딜로이트


안진 딜로이트의 형성 과정도 다른 Big 4와 다르지 않습니다. 글로벌 Big 8이 Big 4로 압축되는 과정에서 한국 내 제휴 회계법인이 바뀌어 왔습니다. 다만 멤버십의 변경과 인수합병 과정에서 더욱 많은 회계법인이 등장해서 따라가기 어지러울 뿐입니다.


현재의 딜로이트 투시(Deloitte Touche)는 딜로이트 해스킨스 앤드 셀즈(Deloitte Haskins & Sells)와 투시 로스(Touche Ross) 간의 합병으로 탄생했습니다. 지역별로 합병에 따른 지분 관계가 달라서 북미에서는 딜로이트 투시(Deloitte Touche)라는 브랜드를 사용하고 유럽과 극히 일부 아시아에서는 딜로이트 로스 토마츠(Deloitte Ross Tomatsu)가 사용되었지만 편의상 이 글에서는 합병 법인을 딜로이트 투시로 칭하겠습니다.


딜로이트 로고 변천사


# 안건 딜로이트 해스킨스 앤드 셀즈


1975년 딜로이트 해스킨스 앤드 셀즈는 안권회계법인과 멤버십 계약을 체결합니다.

안권회계법인은 1988년에 아주회계법인을 합병하고 사명을 안건회계법인으로 변경합니다.


# 세동 투시 로스


1985년 투시 로스는 세정회계법인과 멤버십 계약을 체결합니다.

세정은 1987년에 동우회계법인을 흡수합병하고 법인명을 세동으로 변경합니다.


# 안건 딜로이트 = 딜로이트 해스킨스 앤드 셀즈 + 투시 로스


1989년에 딜로이트 해스킨스 앤드 셀즈와 투시 로스가 합병해서 딜로이트 투시가 출범합니다. 새로운 딜로이트 투시의 멤버십은 안건회계법인의 차지였습니다. 글로벌 브랜드를 잃어버린 세동회계법인은 새로운 제휴처를 찾아 나섰고 1993년에 프라이스 워터하우스와 멤버십 계약을 체결합니다. 세동 이전에 프라이스 워터하우스와 제휴하던 회계법인은 세화였는데, 세동에 브랜드를 빼앗긴 뒤인 1994년에 안건회계법인에 합병되며 사라집니다.


안건이 딜로이트를 차지하고, 안건에 딜로이트를 뺏긴 세동이 프라이스 워터하우스를 차지하고, 세동에 프라이스 워터하우스를 뺏긴 세화는 안건에 합병되는 연쇄 반응이 일어난 셈입니다. 세화를 합병하며 덩치를 키운 안건회계법인은 공인회계사 420명 규모의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회계법인으로 성장합니다.


딜로이트 브랜드를 내세워서 순탄하게 성장하던 안건회계법인은 2000년도에 들어서며 어려움을 겪습니다. 동아건설, 대우자동차, 오리온전기 등에서 부실감사를 한 혐의로 안건은 검찰조사와 법적 분쟁에 시달립니다. 엔론이 저지른 대규모 분식 회계가 드러나며 회계법인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던 시기라서 타격은 더욱 컸습니다.


딜로이트 투시는 안건의 부실감사로 입게 될 브랜드 이미지 타격을 우려하고 안건에 멤버십 해지를 통보합니다. 계약상 즉시 파기는 불가능하여 안건은 3년간 '딜로이트' 이름을 계속 쓸 수는 있었지만 형식에 불과했고 결국 2005년에 멤버십 자격을 잃습니다. 멤버십을 잃은 안건은 언스트 앤드 영과 제휴하던 영화회계법인에 합병되어 현재의 한영 EY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 하나 딜로이트


딜로이트는 안건을 대신할 새로운 멤버십 파트너로 설립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 법인인 하나회계법인을 선택합니다. 하나는 외형상 신생 법인이지만 실제로는 안건에서 독립한 회계사들이 다수 참여했고, 법인을 이끄는 이재술 대표이사도 안건 출신이었습니다. 딜로이트의 말을 듣지 않는 안건의 파트너와 회계사를 내치고 안정적인 관리 체계를 꾸리기 위해서 무늬만 신생 법인을 설립하는 방법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짐작을 해봅니다.


# 안진 딜로이트


하나회계법인은 2005년에 안진회계법인과 합병되어서 하나안진회계법인이 출범하는데, 사명은 다시 안진회계법인으로 바뀝니다. 이로서 현재 한국 Big 4의 일원인 안진 딜로이트가 출범합니다.


딜로이트를 중심으로 글을 쓰다 보니 안진회계법인이 갑자기 등장했지만 안진은 1987년부터 영업을 해온 대형 회계법인이었습니다. 안진은 아더앤더슨과 제휴하던 안암회계법인을 1990년에 합병하면서 아더앤더슨의 멤버십을 확보합니다. 아더앤더슨의 브랜드를 내세운 안진은 고속 성장을 거듭합니다. 하지만 2000년에 발생한 엔론 사태로 아더앤더슨이 공중분해되며 새로운 멤버십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결국 하나회계법인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딜로이트 멤버십을 획득합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Big 4가 형성되는 과정을 브랜드별로 살펴보았습니다. 수많은 대형 회계법인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글로벌 멤버십은 항상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때로는 합병을 결심한 직접적인 동기이기도 했고 때로는 법인 청산의 방아쇠를 당기기도 했습니다. 회계법인에서 글로벌 멤버십이 이처럼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다음 기회에 써보겠습니다.




이 글은 <거의 모든 컨설팅의 역사>에서 다루지 못한 내용을 추가하거나, 저자의 감상을 적는 시리즈물의 일환입니다. 시리즈물의 취지와 <거의 모든 컨설팅의 역사>의 내용은 다음의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거의 모든 컨설팅의 역사> B컷#1. 구성 구상

이 글과 관련된 <거의 모든 컨설팅의 역사>의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987년 | 회계법인 Big 8의 컨설팅 사업 확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