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2편:이우고‘고3’시기,입시 딜레마를 들여다보다

신재이

by 와이파이

앞서 발행되었던 기획 기사 1편에서는 수업별 설문조사 결과와 교사 인터뷰를 통해 20기 학생들의 수업 참여 실태를 보다 중립적인 관점에서 분석해 보았다. 이 흐름을 이어 2편에서는 대학 입시와 학교 수업 참여를 둘러싼 20기 학생들의 서로 다른 생각을 심층적으로 다루고, 3학년에서 이루어졌던 입시 담론의 입체성을 드러내려고 한다.


2024년 9월경, 이우고 20기 학생들 사이에서 수업 태도에 관한 담론이 큰 이슈로 떠올랐다. 학생들의 잦은 결석이나 조퇴, 좋지 않은 수업 태도로 인해 수업 진행에 어려움이 발생한 것이다. 조별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함께 배우는 분위기가 좀처럼 형성되지 않자 학년 단위에서 문제가 제기되었다. 3학년 학년학생회(이하 3학년회)는 이를 중대한 문제로 인식하여 9월 말, 월요일 1블럭 학자 시간에 ‘입시 이야기장’을 열었다. 수시 원서 접수,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예체능 실기 등 대학 입시에 있어 주요한 일정들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학교 수업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으므로, ‘이해와 공감’을 넘어 ‘우리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칙’을 함께 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요지였다. 이야기장을 통해 학년회는 사실상 해당 문제의 원인을 ‘본격적인 대학 입시 준비에 따른 학생들의 불안감’으로 호명한 것이다.


그러나 이야기장이 시작되자, 대화는 학년회의 의도에 따라 흘러가지 않았다. 대신 갈무리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의견들이 산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이야기의 지형은 학년회의 입장을 중심으로 크게 두 가지 입장이 맞붙는 형태를 띠었다. 한쪽은 대안학교의 본질적 목적과 학생으로서 교내에서 다하여야 할 책임을 지적하며 학교 수업의 정상화를 요구했다. 반면 다른 한쪽은 대부분의 학생이 대학 입시에 몰두하게 되는 3학년 2학기의 시기적 특성에 주목하여 ‘특정 학생들을 규제하기 위한 목적’을 지니고 있는 듯한 규칙 제정의 적절성을 의심했다. 애초에 대학 입시가 수업 참여도 저하라는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후에도 몇 차례의 이야기장이 연이어 개최되었지만, 결국 20기는 학기말이 되도록 의미 있는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이우고등학교 20기 내에서 일어났던 ‘입시 담론’의 지형을 더욱 입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다양한 입장과 상황을 가진 10명의 학생들을 직접 인터뷰했다. 인터뷰 대상자 섭외 과정에서는 앞서 언급했던 두 가지 입장 중 어느 한쪽의 의견이 누락되지 않도록, 또한 대입 전형(수시, 정시, 실기 등) 및 진로 방향(문과, 이과, 예체능)의 다양성을 포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인터뷰는 수능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대면으로 각 20분에서 40분가량 진행하였으며, 모두 익명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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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생각하는 수업 분위기


먼저, 학생들은 현 수업 분위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수업 분위기나 20기 학생들의 수업 태도를 전적으로 긍정적으로 묘사한 인터뷰 참여자는 한 명도 없었다. 수업이 바람직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학교의 붕괴”와 다름없다며 이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한 학생도 있었고, 입시 학원에 가느라 수업에 거의 나오지 않는 자신의 태도를 스스로 “쓰레기”라고 평가한 학생도 있었다.


다만 기사 1편에서 다루었듯, 수업마다 편차가 있음을 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여행지리, 한문, 미래예술윤리, 삶은 환경 등의 수업들이 ‘분위기가 좋지 않은 수업’으로 호명되었다. 특히 여행지리 수업의 경우, 30명을 훌쩍 넘기는 다인원 수업이지만 한 번도 30명 이상의 학생이 출석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수업 중에도 인강을 듣거나, 수능 공부를 하거나, 잠을 자거나, 핸드폰 혹은 패드를 보는 학생들이 많아서 잘 배울 수 있는 분위기 형성이 어렵다는 일관된 응답이 있었다. 수업 분위기를 좋지 않게 만드는 기타 요인으로는 교사의 역량, 수업의 구성, 수업 시간대, 수업 장소 등이 꼽혔다. 선생님께서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집중시키기보다 학생 개인의 자율적 선택을 신뢰하는 경우, 혹은 이우학교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강사가 수업하는 경우 학생들은 수업 참여에 어려움과 불편함을 느꼈다. 점심시간 전후에 진행되거나 소리가 울리는 큰 강의실에서 열리는 수업의 경우에도 집중력을 유지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반면 ‘분위기가 좋은 수업’으로는 음악연주, 일본어회화, 생활과 창의성(목공), 중급촬영, 현대사회와 철학 등이 언급되었다. 학생 B는 “애들이 참여를 하면 수업 분위기가 좋아질 수밖에 없다”며 학생의 참여 의지와 태도가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요인임을 강조했다.


전반적으로 낮은 수업 참여도의 원인이 과연 대학 입시인가에 대한 학생들의 상이한 의견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는 3학년회가 이야기장 주제를 타당하게 설정했는지에 관한 개인들의 견해와 긴밀히 연결되므로 중요하다. 이 부분에서 재미있는 의견의 분포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현 수업 분위기를 인식하는 태도와 대학 입시-수업 분위기 간 인과관계에 대한 생각이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현 상황을 큰 문제로 보며 수업 정상화를 요구하는 학생들은 모두 대학 입시를 대하는 일부 학생들의 태도가 수업 분위기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전제하고 있었다. 그러나 반대로, 현 상황이 극복 가능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낮은 수업 참여율이 입시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예체능 입시 학원에 다니고 있는 학생 I는, 자신의 좋지 않은 수업 태도가 학원에 다니기 시작한 이후 드러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그 이전부터 학교 수업에 큰 호기심을 갖지 못했다고 이야기했다. 역시 예체능 입시를 하는 학생 H는 입시가 수업 태도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입시 외에도 개인의 컨디션 관리 미흡 등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는데 입시 하나의 이유에만 치중하고 있는 지금의 논의 방향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학생 J는 더 명확하게, 입시와 수업 태도 사이의 인과관계가 없으니 둘 중 하나만을 주제로 이야기장을 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 상황이 극복 가능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학생들 중 예외적으로 학생 G는, 당장 본인에게는 입시가 가장 중요한 반면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학교에 잘 나오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예체능 실기 학원의 실태


예체능 진로를 택한 학생들의 비율이 타 기수에 비해 높은 20기에서 유독 큰 이슈로 떠오른 것은, 실기 학원에 가느라 많은 예체능 학생들이 자주 결석하는 상황이었다. 반 학생들이 모두 모이는 조회 시간에도 적게는 2~3자리, 많게는 1/3에 달하는 자리가 비워진 모습이 일상이었다. 그렇다면 예체능 실기 학원은 도대체 어떤 곳인가? 학생들은 왜 학교가 아닌 학원으로 걸음할 수밖에 없었을까? 실기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학원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먼저 체육대학 실기 학원의 경우, 실기시험 날짜에 맞추어 운동 능력, 즉 ‘기록’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과정을 돕는다. 따라서 ‘수시 반’은 8월부터, ‘정시 반’은 수능 이후부터 집중 기간이 시작된다. 즉, 9월 말부터 ‘문제’로 거론되었던 예체능 학생들의 결석은 사실 ‘수시 반’에 한해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체육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한 인터뷰 참여자는 본인이 ‘정시 반’이기 때문에 아직은 양심적으로 학교에 오는 것이지, 학원의 압박을 이겨내고 학교에 오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고백했다. 또한 수능 이후 정시 시즌이 시작되면 “그 친구들”처럼 자신도 학교에 자주 결석할 예정임을 밝히기도 했다.


‘수시 반’에 속해 있는 인터뷰 참여자의 경우, 학교 빠지고 학원에 오라는 말을 이미 많이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압박 속에서도 바람직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학원 선생님께 ‘내 학교는 일반학교와 다르고, 나는 학교에서 배우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단호하게 말씀드리고 나니 상황이 전보다 괜찮아졌다. 그러나 학교에 가야 하는 학생과 학원에 가야 하는 수험생 사이의 역할 갈등이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학생 G는 체육계의 분위기가 유독 강압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학원 선생님들이 종종 ‘입시 안 할 거냐?’, ‘공부 좀 해라’며 긴장감을 조성한다고 설명했다. 성적에 따라 도전할 수 있는 대학이 달라지기 때문에, 모의고사 성적 역시 학원과 공유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며 성적을 더 올리라는 조언도 받게 된다고 한다. 단, 학원마다 성적이나 실기 기록을 가지고 학생을 압박하는 정도는 다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G는 현재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에 가는 것이기 때문에, 학원 선생님의 말씀이 학교 선생님의 말씀보다 더 와닿는다고 덧붙였다.


예술계열 입시 학원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학생 H에 의하면, 다른 일반고등학교 학생들은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학원에 머무르면서 수업을 듣는다. 그러나 그들처럼 쉽게 매일 학원에 갈 수만은 없는 H에게 학원에서는 강압적으로 학원에 오도록 만들기보다 ‘시험 얼마 안 남았다’, ‘학교가 왜 그러냐’와 같은 말을 반복하는 식으로 불안감을 조성했다. 예술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포트폴리오 학원에 다니고 있는 학생 D는 다른 학생들과 다르게 일주일에 한 번만 학원에 가고 있는데, 선생님께서 묘하게 눈치를 주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학교를 왜 다니냐’는 느낌의 말도 들은 적이 있다. D는 이런 학원의 미묘한 압박을 “내가 내 돈 내고 학원에 가는 건데, 왠지 (학원 말고 학교에 가는 걸) 허락 받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D를 제외한 다른 학생들의 경우에는 오전에만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고, 밥 먹기 전에 학교를 나와 학원에 가는 일정이 당연시되고 있었기에 더 눈치가 보였다. 학원에서 학교를 조퇴할 수 있도록 증명서를 내어 주는 모습이 충격적이었다고도 말했다. 학생 I도 마찬가지로 세 타임 내내 학원에 있으라는 압박을 받았지만, 딱 잘라 안 된다는 의사를 밝힌 적이 있다. 다른 이우학교 선배들도 다닌 적 있는 학원이지만, 모두 학원의 압박에 곤란함을 느끼고 그만두었는데 자신만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자랑스러운 듯 이야기했다.


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예체능 실기 학원들이 노골적으로 학교에 가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학원 전체에서 자신만 예외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과 분위기 자체에서 이우학교 학생들은 압박을 받게 된다. ‘그런 식으로 남들보다 덜 노력하면 대학에 갈 수 없다’는 메시지를 직간접적으로 던지는 학원 선생님, 자신과는 다르게 하루종일 학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학원 친구들과 접촉하다 보면 ‘이래도 괜찮은가? 이러다가 나만 뒤처지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생기고 마는 것이다. 모든 리듬을 대학 입시에 용이하게 맞춘 일반고등학교와 공교육에서 감당할 수 없는 예체능 실기 준비에 특화한 사교육 간의 기묘한 팀워크 사이에서, 이우고등학교 학생들은 결코 ‘정상적’인 학생으로 남을 수 없게 된다.


입시 이야기장을 경험하며


이러한 문제들은 앞서 소개했듯 9월 말부터 입시 이야기장에서 다루어지며 20기 학생들의 생활 전반에서 여러 논쟁거리를 촉발했다. 입시 이야기장은, ‘수업의 붕괴’라는 문제에 함께 공감하고, 말뿐인 말로 넘어가기보다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보자는 3학년회의 의지에 따라 규칙 제정을 시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 ‘규칙 제정’이라는 과제로부터 많은 언쟁이 발생하자 이야기장의 주제는 대학 입시를 최우선적 목적으로 여기는 20기 내부 분위기를 지적하고, 우리는 3학년 2학기를 어떤 태도로 통과해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쪽으로 옮겨갔다. 그렇다면 한 학년 구성원 전체를 오랫동안 지리멸렬하게 흔들어 놓은 ‘대학 입시’라는 주제와 그 중심에 있었던 입시 이야기장에 대해, 학생 한 명 한 명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대학 입시’라는 주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 계기가 좋지 않은 수업 분위기와 예체능 계열 학생들의 수업 미참여였으므로, 입시 이야기장의 초점은 당연히 학교에 잘 오지 않는 학생들로 향했다. 매주 학자 시간은 ‘학교에 오는 것은 학생이 지켜야 할 기본적인 책임’이라는 의견과, 학원이 가하고 있는 압박 및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불안감에 대해 설명하며 ‘불가피한 상황’을 이해해 달라는 의견이 맞부딪히며 들썩였다.


학원에 다니고 있는 예체능 계열 학생들은 입시 이야기장에서의 논의가 자신들을 공격하고 있다며 부당함을 토로했다. 학생 E, G, H는 자신이 예체능 계열 진로를 택하게 된 배경에는 이우학교의 교육과정이 있었고, 대학 입시는 그로부터 도출된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에 불과할 뿐임을 강조했다. 그저 좋은 대학에 가서 인정받고 싶어서가 아니라 꿈을 이루고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것인데, ‘맹목적으로 대학 입시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고, 일상 속 학벌주의적 요소를 경계하자’는 이야기장의 주제가 자신의 노력을 오해하는 것 같아 불편했다는 생각도 전했다. 특히 G는 체육 교사를 꿈꾸고 있는데, 체육 교사가 되기 위한 방법은 체육 실기를 잘 봐서 사범대에 진학하는 길이 거의 유일하다며 자신에게 대학 입시가 중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진로 계획을 잘 알지 못하는 제삼자가 ‘학교 왜 안 나오냐, 학교 나와야지’라고 이야기하면 “내 꿈을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냥 포기하라고 들리는 것 같다”며, 그럴 때마다 감정이 몹시 안 좋아진다고 했다.


H는 더 구체적으로, 학교에 안 나오는 학생들이 차별 대우받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 대한 응원은커녕 비난만 받는 분위기를 느끼고 있으며, 그런 분위기 때문에 더 학교에 오기 싫었다고도 고백했다. 입시 이야기장 역시 학교에 안 나오는 학생들에게 잘못을 추궁하는 방향이라서 강압적으로 느껴졌다고 답했다. 한편 G는 이 같은 갈등이 ‘우선순위의 차이’ 때문에 일어난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우선순위는 학교이고, 자신의 우선순위는 입시인데 ‘그들’이 자신에게 본인의 우선순위를 강요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G는 이야기했다. E는 이런 분위기 탓에 언제부턴가 학교가 ‘진정으로 배움을 찾으러 오는 곳’이기보다 ‘학교 다니고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오는 곳’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I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학교에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를 들을 때면 “다들 수업을 듣고 싶어한다기보다는 ‘힘든 상황에서도 이렇게 수업을 열심히 듣는다’는 자기 최면, 혹은 과시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반면 학교에 종종 나오지 않는 학생들, 그리고 이해와 공감을 요구하는 이야기장에서의 목소리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학생 C는 학교에서 수업과 배움을 위해 최선을 다해 달라고 호소하는 상황이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왜냐하면 대학 입시를 마주하면서 수업에 소홀한 태도를 보이고, 그것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치부해 버리는 과정이 그동안 20기가 대안적 가치들을 배우고 공유해 왔던 시간을 한순간에 무색하게 만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안을 선택한 사람으로서 특수성 안에서 한 번 더 고민해 보고 그걸 가만히 지켜볼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친구들이 수업에 소홀한 태도를 보이고 입시가 학교보다 먼저냐, 아니냐 이런 이분법적 토론을 하는 모습이 애초에 우리가 이우학교에 올 때 했던 약속, 지금까지 배웠던 가치들과는 상충되게 느껴졌던 것 같아.”


이는 입시를 하지 말아야 한다거나 대학 입시에 몰두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생각과는 거리가 멀다. C는 입시나 진로를 앞에 두고 느끼는 감정들은 사실 자신을 포함한 모두에게 유효한 것이지만, 담론이 그 감정을 이해하는 선에서만 마무리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런 태도는 개인의 불안을 인정해 줄 수는 있어도, 그 불안이 어디서부터 오는지를 함께 고민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어서 C는 “우리는 지금까지 더불어 사는 삶을 배워온 사람들인데, 왜 입시 앞에서 사람이 다 원자화되고 각각 흩어져서 자기 감정만을 호소할까, 이런 무력감을 느꼈다”며 3학년 2학기를 더불어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과 답답함을 표했다. 학교의 가치와 대치하는 듯한 입시 문제를 다시 대안교육의 차원으로 끌어다 놓고, ‘대안적으로, 학벌주의를 경계하며, 더불어 입시한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나누는 과정이 C에게는 필요했다.


하지만 C는 자신 역시 예술 계열 진로를 가지고 있기에 혼란스러움을 경험할 때도 있었다. 입시 및 수업 분위기에 관한 이슈를 다룰 때 “같이 화내주는 친구들”은 종종 예체능 학생들을 부정적으로 이야기했는데, 그때 오히려 C는 예체능 학생들을 변호하는 입장이 되었던 것이다. 또한, “같이 화내주는 친구들”이 대부분 수시로 좋은 대학을 쓴 친구들이었음을 언급하면서 20기 학생들 사이에 어떠한 상황적 간극이 있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학생 A는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학생들보다는 학교와 학년팀 선생님을 향한 비판적인 생각을 피력했다. “우리가 배워 온 가치를 실천하지 않는 걸 넘어 상충하는 행동을 하는 친구들”을 학교가 방치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의 가치를 더욱 공고히 하기는커녕, 이야기장에서 대립하는 두 진영 사이에서 기계적 중립을 유지하는 학년팀 선생님들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모든 담론을 학년팀 선생님들이 아닌 3학년학생회가 책임지고 이끌어가는 모습, 그리고 학년학생회마저 학생들로부터 지지받지 못하는 모습도 A를 힘들게 했다. 이런 문제가 반복될수록 지금껏 믿어왔던 가치에 대한 확신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A는 이야기했다. A에게 그 모든 광경은 “학교 가치가 사회에서 쓸모 없다고 확인사살당하는” 모습과도 같이 다가왔다.


지금까지 대립했던 두 의견의 진영에 속하지 않는 학생들도 있었다. 다른 학생들과 조금 다른 방법으로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D는 매 이야기장으로부터 느끼는 소외감이 있다고 말했다. D가 잘 모르는 논의들이 오가면 그 흐름을 따라가기 힘들었고, 따라서 의견을 내기도 조심스러웠다. 한편 B는 대학 진학을 계획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대학 입시라는 주제의 당사자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대안학교에서 고등학교 3학년으로 지내는 이상 입시 이야기를 안 할 수는 없다며, 소외감을 느끼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입시 이야기장, 나아가 20기 안에서의 이야기를 어떻게 끌고 가야 좋을까? 이에 대해서는 다소 체념적이거나 비관적인 전망을 공유한 인터뷰이가 많았다. 예체능 학원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은 대개 서로의 미래를 응원해 주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중에서도 H는 이 간극이 단기간 안에 좁혀질 수 없을 것 같으니, 차라리 남은 시간동안 뭘 하면서 어떻게 보낼지 이야기하는 편이 더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대로, 수업 참여도 하락이라는 상황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던 C는 지금까지의 문제들을 다 잊고 좋은 면만 보면서 끝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앞으로 어떤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지금은 졸업까지 얼마 안 남기도 했고, 학교에 대한 애정이 많이 안 남아 있어서 체념한 느낌”이라고 답했다.


책임 논쟁


입시 이야기장이 여러 차례 열리는 동안, ‘책임’은 늘 중요한 화두였다. ‘학생이 학교 수업을 듣지 않는 것은 학생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이라는 문제의식으로부터 시작된 담론이었으니, ‘책임’이라는 주제가 중요하게 떠올랐던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학생이 져야 마땅한 ‘책임’이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인터뷰 자료를 통해 학생들마다 ‘책임’이 의미하는 바에 대해 조금씩 다른 이해를 이루고 있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B가 생각하는 학생의 일차적인 책임은 학교에 나오는 것이다. B는 “수업을 듣기로 결정했다면, 아프거나 중요한 실기시험이 있지 않은 이상 무슨 일이 있든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학교에 나오지 않고, 그걸 즐겁게 여기며 당당한 태도를 갖는 것은 책임을 져버린 것이라 생각한다고도 이야기했다. 예술대학 실기를 준비하는 I 역시 학생이 학교에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며, 학교에 나오는 것까지가 책임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학교 빠지는 애들”을 보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꼬박꼬박 다니고 있는 입장에서 마음이 싱숭생숭하긴 하다”고 하기도 했다. 그들이 부럽거나 얄미워서라기보다는, “그렇게까지 해서 대학을 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D와 E는 학교를 빠지더라도, 타인에게 피해 주지 않도록 행동하는 것까지가 학생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두 학생 모두 주어진 과제, 특히 팀 프로젝트 과제를 성실하게 수행하는 일을 대표적인 예시로 들었다. E는 수업에 불참하게 되면 선생님께 그 사실을 알리고, 다음 수업에 따라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한 D는 “자기 생각을 지속적으로 배움공동체에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학생 A는 ‘타인에게 피해 주지 않는 행동’을 앞선 두 학생보다 훨씬 넓게 제시했다. 단순히 수업 진행을 방해하지 않는 행동뿐만 아니라, 학교가 (대안)학교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이우학교의 기본적 가치에 동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이를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온다면, 학교 구성원에게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야 마땅하며 더 나아가 학교를 떠나는 방법까지 고려해보아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A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학 입시’라는 요소가 학교의 정체성을 붕괴시키려는 움직임을 저지하는 일인 셈이다.


일부 학생들은 “욕 먹을 책임”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이는 일부 학생들의 결석으로 인해 “학교에서 배우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에 대한 ‘미안함’에 기인한다. H는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에 대해 미안한 감정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자신은 다른 학생들에게 되도록 피해를 덜 주기 위해 수행평가와 과제를 꼬박꼬박 하는 중이라고 했다. 자신 때문에 다른 학생들의 성적에 문제가 생기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잦은 결석이라는 행위 자체가 부끄럽거나 죄스럽지는 않으며, 다른 학생들의 부정적인 시선을 감수하는 것도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체육대학 수험생인 G 역시 지금 자신에게는 입시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미움받을 수 있다는 걸 감수하고도 수업을 포기”한 것이라고 설명했으며, J는 “욕 먹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욕 먹는 것’을 감수하겠다는 태도는 자신이 20기라는 공동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인정하는 동시에, 그러한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행동을 수정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에 관련하여, “친구들은 욕하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수업의 원상복구를 원하는 건데, 부정적인 시선을 감수하는 것이 책임의 끝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H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그 이상 해줄 수 있는 게 없으니까.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보여주는 게 그나마 덜 피해 주는 방식이라고 생각해.”


지금까지 살펴보았듯, 이야기장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었던 ‘학생으로서의 책임’은 학생들마다 다르게 이해되고 있었다. ‘책임’이란, 누군가에게는 학교에 성실하게 출석하는 것 자체였고, 누군가에게는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잘 처신하는 것이었으며, 또 누군가에게는 친구들의 부정적인 시선을 견디는 것까지가 ‘책임’의 영역으로 여겨졌다. 여기서 의문점이 생긴다. 여러 버전의 ‘책임’들은 과연 누구를 이롭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가?


학교 말고 학원에 오라는 압박을 딱 잘라 거절하고 꼬박꼬박 학교에 출석했던 예체능 수험생 I는, 인터뷰 중 그 이면에 있었던 내적 갈등을 공유해 주었다. 어느 날 한 학원 친구는 I에게 “너는 왜 아침에 학원 안 와?” 하고 물었다. 그러자 I는 당당한 태도로 답했다. “나는 아직 학교에서 배울 게 있어.” 그러나 뒤이은 “그럼 넌 학교에서 뭘 배우는데?”라는 친구의 질문에 I는 고민에 빠지고 말았다.


“막상 학교 생활을 뒤돌아보니까 뭔가 난 되게 억지로 다니고 있는 모습만 생각나고, 학교 와서 친구들이랑 꿍시렁꿍시렁대다가, 다시 학원 가서 그림 그리고, 피곤에 쩔어서 또 새벽까지 그림 그리고, 그런 모습밖에 생각이 안 나는 거야. 그때 되게 속상했어.”


대한민국에서 고등학교 3학년이라는 시기가 함의하는 바와 정면승부하고, 학교에 성실하게 출석하며 배움을 추구할 ‘책임’을 둘러싼 20기 내 입시 담론에 의하면 I는 적어도 ‘책임감 있는’ 학생이다. ‘학생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또 친구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I는 대학 입시에 전념하면서도 매일 아침 학교로 향하고 과제를 꼬박꼬박 제출하는 등 학교 생활을 완전히 놓을 수 없었다. 그러나 대학 입시와 고등학교 생활 중 그 무엇도 잘 해내지 못하는 것만 같은 본인의 모습으로부터 I는 어느 순간 ‘속상함’을 느끼고 만다. 그동안 I의 학교 생활과 학원 생활 모두는 ‘피해’를 끼치지 않겠다는 명목 하에 소외되고 있었던 것이다. 학원 생활은, 타인에게 피해를 끼칠지도 모르는, 따라서 I의 ‘책임감 있는’ 관리 아래 위치되어야만 하는, 동시에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이야기될 수 없는 잠재적 위험 요소일 수밖에 없었다. 또한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I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는 ‘학원’이라는 위험 요소를 관리하는 일 뒤로 밀려나게 되었다. 그러나 학원에서도 I는 모든 시간을 실기 준비에 쏟아붓는 ‘정상적’인 수험생이 될 수 없었다. I는 서로 상충하는 두 공간이 자신의 삶 안에서 문제없이 양립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몹시 애를 썼지만, 결국 화해시킬 수 없었던 곳곳의 지점들은 I에게 ‘결핍’으로 다가오고 말았다. “나는 아직 학교에서 배울 게 있어”라고 당당하게 말하던 I는 어디로 간 걸까?


우리는 이 ‘책임’이라는 요소가 누구를 위한 것이며,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요구되는 것인지를 신중하게 검토해 보아야 한다. “학교에서 배우고 싶어하는 친구들”을 위해 학교에 나오고 팀 프로젝트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면, ‘책임을 다하는 학생들’에게 학교는 여전히 ‘배우는 곳’으로 존재할 수 있는가? 학교의 붕괴를 막기 위해 ‘책임’을 다해야 한다면, 그 ‘학교’의 주인은 과연 누구인가? ‘욕 먹을 책임’은 어떤 문제를 호전시킬 수 있는가?


여담으로, ‘책임’의 흥미로운 용례를 하나 더 소개해보고자 한다. 일부 인터뷰 참여자들은 ‘책임짐’의 대상이 학교가 될 수도 있지만 ‘내 미래’가 될 수도 있다고 여기고 있었다.


“실기 준비하고 공부하는 일이 엄청 큰 책임과 끈기, 정신력을 필요로 하는 힘든 과정인데, 지금 애들은 (책임져야 할 대상을) 학교로만 보고 있으니까 … 우리가 이우학교에서 배운 가치를 버리고 있고, 그 가치는 책임이랑 성실 같은 것이라고 얘기하는 걸 들었거든. 솔직히 그건 진짜 납득이 안 가는 게, 학교에서 내가 원하는 길을 찾았고 그 길을 가기 위해서 지금 실기 준비하고 공부하고 그러는 건데, 거기서 과연 내가 책임이랑 성실을 잃었는가. 난 오히려 엄청 책임지면서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단지 그 친구들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쟤네는 책임감이랑 성실감이 없는 애들이야’라고 하는 게 살짝 좀… 별로야.”


위에서 인용한 인터뷰 내용에서 볼 수 있듯이 학생 F는 자신이 여전히 자신의 삶 속에서 ‘책임’을 다하며 생활하고 있으므로, 이우학교에서 배운 가치를 유기한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F의 삶은 책임과 끈기, 정신력을 동반한 치열한 사투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F에 따르면, 학교 안에서 그는 되려 ‘무책임함’, ‘불성실함’의 표상으로 오염된 존재가 된다. 학생 J는 “관점을 달리해보면 결국 입시 준비도 미래에 대한 책임을 지고 노력을 한다는 것”이라며, 서로 대화하고 이해했다면 이야기장을 열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모든 ‘책임 논쟁’은 오해에서 비롯되었을 뿐, 자세히 들여다보면 ‘책임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사교육 세칙 개정에 대한 의견


예체능 계열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사교육과 그에 따른 여러 갈등들이 도드라지자, 이우학교는 2025년에 입학하는 이우고등학교 23기 학생들부터 사교육을 예외 없이 일체 금지하겠다고 선언했다. 개정되는 사교육 세칙의 적용 대상이 아닌 20~22기에서도 크고작은 논란을 빚었던 이 변화에 대해 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20기의 입시 담론과 앞으로의 이우학교가 나아갈 방향을 연결지으며 기사를 마무리해보려고 한다.


사교육 세칙 개정에 대한 의견은 놀랍게도 학생들의 진로 분야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비진학 예정인 학생 B는 “잘한 거라고 생각”한다고 간단명료하게 답했다. 지금까지 예외적으로 허용되었던 예체능 분야 사교육에 부작용이 일자, 이에 대한 대처를 잘 했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예체능 실기 학원에 다니고 있는 학생인 E, F, G, I는 예외없이 매우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예체능 입시는 사교육 없이 절대 불가능한 영역이라는 것이다.


체육계열 실기 학원에 다니고 있는 F, G는, 체육 실기가 ‘기록 싸움’이기 때문에 학원에서 ‘기술’을 배우는 과정은 필수적이고, 이를 학교에서 충족해 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왕복달리기를 할 때 어떤 발로 시작해 몇 발짝을 디딘 후 반환점을 돌아야 하는지 학원은 수험생 개개인에 맞추어 최적의 전략을 수립해 준다는 것이다. 더불어 그 전략을 체화하는 것은 실기 기록을 극단적으로 늘릴 수 있을 만큼 파급력 있다고 한다. 학교에는 기록을 잴 수 없는 장비들(10m 달리기 기록을 잴 수 있는 센서, 체육 실기 전용 철봉, 제자리멀리뛰기 판과 센서 등)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또한 학원은 학교에 비해 목표 대학 입시에 필요한 정보를 절대적으로 많이 가지고 있기도 하다. 예술계열 실기를 준비하는 I 역시 “예체능 입시는 학원 없이 불가능한 영역”이라고 주장했다. 예술대학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자기 결과물을 발전시키기 위한 피드백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E는 사교육 금지라는 결정이 마치 인턴십, 열아홉을 통해 예체능 계열 진로를 선택하게 된 자신의 맥락을 모두 부정하면서, ‘예체능이라는 꿈을 찾았다면 자퇴하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고 이야기했다.


예체능 계열 진로를 갖고 있지만 실기 학원을 필요로 하지 않는 C와 D는 사교육 세칙 개정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다른 한편에서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D는 세칙상의 변화가 이우학교의 철학이 살아난다는 느낌을 주며, 입학을 고려하는 학생들로 하여금 더 숙고하도록 하는 효과가 기대되지만, 너무 일방적으로 결정해 버리는 느낌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C 역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생각하면 당장 금지시키는 게 옳다”고 말했지만, 한국에서 예체능을 전공하기 위해서는 학원에 다니며 실기를 준비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많지 않다는 부분에 공감했다. “그래서 점점 돈 많은 친구들만 예체능을 선택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털어놓았다.


마치며


20기 학생들 10명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학생들이 수업 분위기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예체능 실기 학원의 실태는 어떠한지, 학년회 이야기장을 중심으로 형성된 입시 담론은 어떤 다양한 의견들을 생산하고 있는지, ‘책임’을 둘러싼 논쟁의 양상은 어떠한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교육 세칙 개정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은 어떠한지 살펴보았다. 대학 입시는, 대학 합격 가능성을 높이는 조건들에 자기자신을 맞추는 과정이므로,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서의 배움을 추구하는 대안교육과 근본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고등학교 3학년 시기의 ‘공교육의 붕괴’ 현상은 20기에 한해 일어나지 않는다. 이는 19기도 겪었고, 아마 21기도 겪을, 이우학교 전반을 아우르는 뿌리깊은 현상이다.


여러 형태로 끝없이 되풀이되며 이우학교 학생들을 고뇌하게 하고, 때로는 서로를 미워하게 만들 ‘현실과 대안 사이 모순’의 존재를 응시하며 이 기록을 남긴다. 그러나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과 싸워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려는 태도, 그리고 같은 ‘모순’에 처한 이들끼리의 연대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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