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연
2024년, 이우고등학교 3학년 사이에서 가장 큰 이슈는 다름 아닌 ‘입시’였다. 특히 2학기에 접어들어 입시를 위해 학원에 다니는 학생이 늘어 수업에 불참하거나 학교생활에 집중할 수 없는 인원이 많아졌고, 이에 따라 일부 수업은 원활한 진행이 어려워졌다. 입시에 관한 일련의 갈등 상황에 문제의식을 느낀 고3 학년 학생회는 3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수차례 이야기장을 여는 등 여러 조치를 취했지만 적절한 합의점은 나오지 않았다. 입시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대한 견해도 나뉘었지만, 무엇보다 현재 사교육으로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이 취해야 할 태도에 대한 의견이 나뉘었기 때문이다. 입시를 하느라 학교생활을 소홀히 하는 사태에 대한 해결책을 찾으려던 이야기장은 어느새 ‘학교보다 입시를, 나아가 자신에게 더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외부의 배움을 우선하는 게 옳은가?’ 하는 원론적인 이야기로 흘러갔다. 입시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입시가 정말 문제인지 검증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장이 된 것이다. 물론 입시와 수업 참여에 대한 문제는 학생 간의 소통에서 논의되어야 할 사안일 수 있으나 학생회의 문제의식과는 다소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갔다.
따라서 이번 기사에선 이야기장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던 ‘무너진 3학년 수업의 주된 원인은 입시인가, 그리고 무너진 3학년 2학기 수업의 양상은 실제로 어땠는가?’에 대해 탐구해 보려 한다. 분명히 3학년 2학기가 되어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이 적어짐에 따라 수업의 질이 떨어졌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이러한 변화의 원인이 입시임을 확실히 단정 짓진 못했다.
혼란스러웠던 3학년 2학기, 사교육을 듣는 학생이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수업 참여율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그 원인이 입시인지 확인하기 위해 일부 수업을 듣는 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선정한 수업은 총 4개로, 입시로 인해 많이 무너졌다고 생각되는 여행지리, 한문2, 영화 감상과 비평(이하 영감비), 그리고 그 비교군으로써 수업 참여율이 높았던 실용 국어 수업을 골랐다. 또, 실제로 수업을 진행한 선생님께서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여쭙기 위해 여행지리 수업을 담당하신 김나리 선생님, 한문2 수업을 담당하신 이재철 선생님, 그리고 영감비 수업을 진행한 윤무향 선생님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먼저, 4개의 수업을 듣는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의 결과로부터 3학년 2학기 무너진 수업의 양상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예측한 대로 ‘학생의 수업 참여도가 높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답변은 여행지리, 한문2, 영감비와 실용 국어를 수강하는 학생의 답변이 극과 극을 달렸다.
실용 국어 수업은 모든 응답자가 수강생의 수업 참여도가 높다는 데 동의했다. 반면, 다른 세 과목은 수강생의 수업 참여도가 높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이 훨씬 높았다. 한문2 수업은 전체 응답자 중 한 명을 제외한 96.4%가 학생의 수업 참여도가 높지 않다고 답했으며, 그중에서도 학생의 수업 참여도에 대해 ‘보통’이라고 답한 비율이 10.7%밖에 되지 않았다. 여행지리의 경우 학생의 수업 참여도가 높은지에 대해 ‘보통이다’라고, 답한 학생이 36%로 가장 많았으며, 학생의 수업 참여도가 높지 않다고 답한 학생은 전체 응답자 중 72%였다. 영감비도 수업 참여도가 높다고 생각하지 않는 학생 중 ‘보통이다’를 선택한 학생이 66.7% 가장 많았으며, 학생의 수업 참여도가 높지 않다고 답한 학생이 전체 응답자 중 93.4%에 달했다.
수업 참여도가 높다/낮거나 높지 않다고 답변한 이유를 묻는 하위 문항에 대한 답변으로부터 어떠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수업 참여도가 낮거나 높지 않다고 응답한 학생을 대상으로 그 까닭을 묻는 문항에서 여행지리와 영감비 모두 개인의 태도를 지적하는 대답의 응답률이 높았다. 여행지리의 경우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가 높지 않다고 생각하는 까닭 중 87.5%가 ‘개별 학생의 수학 의지 낮음’과 ‘결석자가 많음’이었다. 영감비 역시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가 높지 않은 까닭 중 68.4%가 두 항목에 몰려 있었다. 이는 한문 2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 현상으로, 응답 중 80.7%가 다음 두 항목이었다. 세 과목 모두 ‘개별 학생의 수학 의지’가 ‘결석자가 많음’보다 많이 뽑힌 응답이었다는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실용 국어와 비교해 확연히 수업 참여도가 낮은 세 수업에서 그 원인으로 ‘개별 학생의 수학 의지’ 및 ‘결석자가 많음’을 주로 꼽았다는 점에서 문제의 원인이 수업 자체가 아니라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 다수의 태도의 있음은 분명하다. 한문2, 여행지리, 그리고 영감비 모두 ‘개별 학생의 수학 의지’ 및 ‘결석자가 많음’을 고른 비율이 과반수 이상이었다. 특히, 영감비 수업의 수업 참여도가 높지 않다고 답한 ‘기타’ 이유 세 개 중 두 개가 ‘참여하지 않는 일부 인원이 수업 분위기를 크게 망침’과 ‘개인별 큰 흥미 차이’라는 점에서 수업 참여도가 저조한 까닭이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는 일부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이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여행지리 수업은 ‘기타’ 답변에서 너무 많은 수강 인원과 넓은 강의실을 지적받기도 했다. 개별 학생의 수학 의지 및 결석자 수에 대한 지적이 가장 많았던 것을 고려하면 일부 학생의 의욕이 너무 낮은 데다 교사가 각 학생에게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던 게 수업에 큰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반대로 실용 국어 수업의 경우 수강생 전체가 이 교과의 학생 수업 참여도가 높다고 답변했다. 그 까닭에 대한 답변은 모든 항목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었는데, 이는 학생 개개인의 의지와 더불어 수업의 설계 및 교사의 역량 모든 면에 뛰어났음을 뜻한다. 또한 기타 답변 4개 중 2개가 ‘재미있다’였으며 다른 답변도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는 수업’, ‘수강 신청 시 구글폼을 통해 수업을 제대로 이해시킴(실용국어 수업은 인당 한 권의 책을 완성하는 수업으로, 수강신청을 한 학생에게 수업에 들어가기 전 책 제본에 대한 지식 및 의지를 묻는 구글폼을 작성하도록 했다)’ 을 골랐는데, 이는 학생 전원이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도록 환경이 조성했음을 드러낸다.
물론 이 설문조사만으로 3학년 2학기 학생의 참여도가 심하게 저조했던 까닭이 입시라고 단정 지을 순 없다. 그러나, 3학년 2학기 들어 학생의 수업 참여도가 특히 저조했던 시기가 입시의 절정과 겹쳤으며, 실제로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가 저조했던 주된 원인은 개별 학생의 수행 의지 및 결석자 수에 있었다. 즉, 결과를 종합해 판단하면 입시가 학생 개개인의 수업 참여 의사에 영향을 미쳤고, 이것이 실제로 수업에 영향을 미쳐 다수의 수강생이 수업에 만족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교사 역시 이러한 고등학교 3학년의 낮은 수업 참여도를 인지하고 있었다. 여행지리는 담당하는 김나리 선생님께선 수업마다 약 20%, 즉 예닐곱 명의 학생이 빠진다고 하셨다. 한문2를 담당하시는 이재철 선생님께서도 올해는 특히 많은 학생이 수업에 불참한다며, 통상적으로 5명의 학생이 수업에 빠지며 많으면 열 명까지 빠지기도 한다고 말씀하셨다. 다만, 영감비 수업의 경우 수업을 맡으신 윤무향 선생님께선 수업에 작년과 비슷한 수의 학생들이 빠지며, 그 수도 많지 않다고 말씀하셨다. 또한 수업 불참 사유는 병결이나 현장 체험학습 등 다양하여 단순히 입시를 하는 3학년이라 문제가 있었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덧붙이셨다.
선생님들은 모두 입시로 인해 수업에 빠지는 학생들의 상황이 이해가 간다고 하셨는데, 특히 면접이나 실기시험을 위해 학교를 빠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다만, 나리 선생님께선 실기 준비를 위해 학원에 간다고 수업에 빠지거나 다른 친구들이 많이 빠지니까 자신도 꾀병을 부려 빠지는 것은 문제라고 확실히 지적하셨다. 의욕이 없는 학생, 개인 사정으로 수업에 잘 참여하지 못하는 학생이 많다 보니 의도한 수업의 배움을 끌어내기 어렵다고도 덧붙이셨다.
무향 선생님 역시 학생들이 입시를 준비하면서도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하셨다. 선생님에 따르면 20기는 이전 기수보다 자기 안의 불안에 잠식돼 입시를 준비하며 외부의 말(이를테면 학교에 가지 말고 그 시간에 학원에 오라는 등의)에 더 취약하다고 느껴지는 기수다. 매년 각각의 학생이 입시에 대한 불안을 안고 수업에 참여하긴 했지만, 올해는 특히 중요한 가치를 일깨워줄 주변 사람들의 말보다 학원의 말에 더 전적인 신뢰를 보내는 것 같다고 하셨다.
윤무향 선생님 “전에 애들은 불안감이 있기는 한데 학교에 와서 ‘야 어차피 학교 와야지’ 이렇게 말하면 애들이 흔들리던 것도 다시 다잡고 3년간 지켰던 가치를(지켰지). (중략) ‘그러면 올해는 깨끗하게 마무리하고, 잘 끝내고, 내년에 진짜 진지하게 하고 싶은 거 찾고 고민해서 하면 안 돼?’ 이렇게 던졌을 때 받아들이는 게 달랐거든. 그러니까 어쩌면 지금 친구들이 그거에 훨씬 더 취약한 것 같아.”
그렇다면 선생님들은 수업의 진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의 근본적인 원인을 무엇으로 여기셨을까? 20명이 넘는 너무 많은 수강생, 용도 외의 전자기기 사용, 더불어 영감비의 경우 교실이 신학지이다 보니 학생이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그러나, 무엇보다 문제가 됐던 건 선생님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구조적인 부분이었다.
나리 선생님께선 고교학점제를 진행하는 교사 입장에서 학점을 위해 여행지리를 들어야만 하는 학생을 책임질 의무를 느꼈고, 이에 올해 여행지리 수업에서 수강 정원 이상의 학생을 받으셨다. 그러나, 수강 인원이 많은 만큼 수업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으며, 수업이 최우선이 아닌 학생을 고무하기도 어려웠다. 더불어 이런 정돈되지 않은 분위기가 수업을 집중해서 듣는 학생에게 스트레스가 됐을 거라고 하셨다.
김나리 선생님 “그런데도 많은 학생이 학교의 대책이 부족했다, 대안도 없이 이렇게 무조건 학생들 밀어내는 방식은 잘못됐다. 그것에는 저도 책임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끌어안는 선택을 하게 됐는데 후회하죠.”
2학기 학사 일정이 촉박했던 점도 초조함을 더했다. 수업 일정을 빠르게 진행해야 하는 한편 학생들이 수업에 잘 참여하는지 신경 써서 보고, 문제를 개선해 나가는 건 어렵고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제철 선생님께서도 촉박한 일정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셨다. 긴 휴일을 마치고 바로 기말고사를 보는 등의 일정은 정규 수업 시간 외에 따로 시간을 쓰지 않는 이상 진도를 맞추기 어렵다고 말씀하셨다. 또한 제철 선생님께선 학교를 넘어 대한민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시기도 했다.
이재철 선생님 “일차적으로 제도가 잘못된 거죠. 학년활동을 다 마치고 6개월의 입시 시간을 준 뒤 9월에 입학하는 식으로 바뀌지 않는 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겁니다. 대한민국 어느 학교든지 3학년 2학기는 이만큼 혼란스러워요.”
선생님께선 한문 수업 자체의 문제보다 입시 제도가 아이들이 사교육을 공교육보다 우선하길 바라는 게 문제라며, 입시를 위해 수업에 빠지는 아이들의 선택이 이해가 간다고 덧붙이셨다.
무향 선생님께서는 각자가 입시에 참여하면서 겪는 불안은 어쩔 수 없는 거지만, 이를 극복하려면 개인의 경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셨다. 흔들리는 사람이 정말 자신의 기준을 세우려면 주변의 말보다 직접 면접을 보고, 실기를 하고, 결과를 받고, 대학교에 가거나 혹은 다른 길을 걷는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선생님께선 좁은 시야를 넓힐 경험을 쌓아야 자신의 잣대에 매몰되지 않는다고 하셨다.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의 입시를 둘러싼 문제는 수업에서 크게 드러났다. 많은 결석생과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수강생은 수업의 질을 떨어뜨리고, 교사가 의도했던 바를 가르치기 어렵게 했다. 그러나, 문제의 원인은 입시를 하는 학생 개인에게만 있지 않았다. 학교 시스템의 문제, 나아가 대한민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는 입시 문제를 가속했다. 입시를 둘러싼 갈등은 단순히 입시를 하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의 구도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이우학교가 입시를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얘기인 듯하다.
그렇다면 압박과 불안 속의 2학기, 고등학교 3학년은 어떤 고민을 하며 이 시기를 보냈을까? 다음 기사에서는 실제로 2024년, 이우고등학교에서 3학년 2학기를 보낸 20기 학생 일부를 대상으로 한 인터뷰를 살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