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은 결국 뜰 거니까!

백날 구름 껴 봐라 내가 못 기다리나

by 김태근

♬Dance Hall / Mrs. Green Apple


이번 주말에 뜬 보름달은 제 기억 속의 보름달 중 가장 아름다웠습니다. 자욱한 구름에 장대비가 내리는 장마철 여름날임에도 어젯밤 밤하늘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언제 비가 왔냐는 듯 투명한 하늘에 선명하고 짙은 보름달이, 마치 손을 뻗으면 잡힐 듯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포근한 구름들은 적당히 흩뿌려져 바람을 타고 흘러가며, 드넓은 밤하늘이 공허하게 보이진 않을 정도로 적당히 장식해 주었습니다. 그 사이 보름달을, 잠깐 구름에 가리워도 그 뒤에서 고요한 빛을 비추며 구름과 함께 빛나던 아름답던 그 달을 당신도 보았을까요? 몇 시간 전만 해도 천둥이 치던 하늘이 그렇게 아름다워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요 근래 몇 주는 달을 보기가 꽤나 어려웠습니다. 꿉꿉하게 낀 구름들 사이 어렴풋이 빛나면 대충 저기쯤 있겠거니 생각만 하고, 그 모습을 선명하게 못 본지 꽤나 긴 시간이 지났던 것 같습니다. 운동 겸 밤산책을 나가 달을 보는 게 행복했고 힘이 되었던 저는 그 시간이 아쉬웠습니다. 달과 별이 뜬 아름다운 밤하늘이 기다려졌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런 기다림이 힘들진 않았습니다. 저는 사람이 좀 구차하고 인내심이 강한 편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편한 마음으로 어젯밤 밤하늘을 기다릴 수 있었던 건, 아무래도 보름달은 결국 뜰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장마가 길어진들, 피곤해서 밤산책을 나오지 못 한다 한들 결국 언젠가 다시 보름달이 뜬 밤하늘을 볼 수 있을 거란 확실한 믿음이 있었으니까요.


이런 생각들을 하다 보니, 갑자기 막연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가끔씩 찾아오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걱정들, 내가 바라는 순간이 올까 하는 그런 불확실한 기다림도 보름달을 기다리던 것처럼 편안하게 기다릴 수 있지 않을까요? 굳이 목 빠져라 기다리지 않더라도, 결국 만났을 때는 어제의 밤하늘처럼 그토록 찬란한 순간을 맞을 수 있지 않을까요? 언젠간 그런 때가 올 거다 하는 확신이 있다면 아마 그때까지 잘 기다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확신마저도 보름달에 구름이 가리듯이 잠깐 희미해질 수 있겠지만, 뭐 어떤가요. 희미해질지언정 흩어지지 않을 걸 전 알기에, 그 순간마저도 결국 사뿐히 지나올 거라 믿어 볼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해야 할 일은 걱정이 아니라 준비입니다. 때가 오면 피어날 수 있도록, 기다리던 순간을 놓치지 않을 준비.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주어지는 게 아니라, 준비한 자가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입니다. 믿음, 혹은 자신감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 부터가 시작입니다. 마음 속에서 머문다면 그건 현재의 걱정에서 잠깐 고개를 돌리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자신감을 갖고 행동에 옮긴다면, 그 행동은 다시 자신감이 흔들리지 않은 버팀목이 되어 점점 우리는 견고해질 겁니다.


우리 앞날에도 보름달이 결국 뜰 거라 믿습니다. 앞으로 그 보름달을 기다리며, 보름달이 뜨리라 확신할 수 있도록 스스로 나아가며 당신에게 전할 이야기가 생긴다면 또 전하겠습니다.


다시 시작되는 한 주도 무탈하시길 바라겠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케익의 평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