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죽으면 외로워"
둘째는 있어야지!
부모 둘 다 죽으면 혼자는 외롭잖아.
어른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다.
주로 친척 모임에 가면 들을 수 있는데, 둘째 생산 여부가 안부인사로 변한 지 수년이 흘렀다. 사실 외동아이를 키우며 늘 듣는 말이라 타격감은 없고, "지금 2억만 빌려주시면 한번 낳아보겠습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너스레는 늘었다. 보통은 이런 나의 너스레에 허허 웃으며 넘어가시는 분이 많은데, 그렇지 않으신 분들도 있다. 그런 분들은 어김없이 내 옆자리에 앉아있는 우리 아이에게 , "엄마한테 어서 동생 만들어 주세요~해!"라는.. 조언 같기도 하고 부탁 같기도 한 명령을 하시면서 "엄마아빠 둘 다 죽어봐 형제자매 밖에 없지"까지 덧붙이신다.
이렇게 둘째에 대한 말이 길어지는 날은 나도 아이의 심중이 궁금해서, 집에 오는 길 아이에게 동생에 대한 생각을 한번 물어본 적이 있다. 우리 아이의 대답은 늘 동생이 '갖고 싶다'이다. 생겼으면 좋겠다도 아니고, 필요하다도 아니고 갖고 싶다니! 장난감 가지듯이 가져질 수 있는 것일까..?라고 말꼬리를 잡으면 아이는 귀찮다는 듯이 "몰라 그냥 혼자 놀면 심심하니까!"라고 던지 듯 말하고는 더 이상의 내 질문을 귀찮아하며 끝이 난다. (나였어도 질릴 것 같다)
아이가 유치원을 다니던 어느 날이었다.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실컷 놀고 함께 잠자리에 누웠는데, 아이가 갑자기 "엄마아빠가 죽으면 난 땡땡이랑 같이 살 거야. 땡땡이도 외동이잖아"라고 했다. 아이의 말을 듣자마자 엄마로서 드는 짠한 마음에 앞서 그 야심 찬 결심이 얼마나 기특한지 웃음이 터졌다. 아.. 고작 3.6kg에 50cm로 세상에 나왔던 아이가 언제 이렇게 커서, 죽음에 대해 인식을 하고 나름대로의 생존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니!! 아이는 꽤나 심각한 목소리로 "땡땡이도 그러자고 했어"라고 하며 졸린 듯 눈을 비비며 잠들었다.
'죽음'이라는 주제는 늘 무겁지만, 아이와 '죽는 것'에 대해 나누지 않을 수는 없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내 삶의 한 귀퉁이가 사라져 버리는 고통이라 다시 일어서기 힘들 정도지만, 세상 어느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이기에 피하려고만 하면 결국엔 더욱 무거워질 테니 말이다.
특히 외동아이를 둔 부모로서 우리가 떠난 후, 혼자 남게 될 아이를 상상하면 어떨 때는 괴로울 정도로 마음이 따갑다. 하지만 이 따갑게도 괴로운 마음은 내 것이지 아이의 것은 아닐 것이다. "아이고, 우리 없이 이 험한 세상 어떻게 살아~~~ㅜㅜ" 라는 생각은 내 아이를 영원히 혼자 살 수 없는 아기로 남기겠다는 마음가짐밖에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이처럼 혼자 남겨질 것에 대한 내 걱정과 거리를 두고, 생각을 정리하다보면 아릿한 마음이 조금 진정된다. 우리 없이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내 아이를 응원할 수 있게 되고, 또한 누구나 겪는 이별을 아이 나름의 모양으로 잘 다룰 수 있을 것이라 믿을 수 있게 된다.
이젠 대한민국의 흔한 초등학생이 된 우리 아이는 (어디서 들었는지) 자기는 앞으로 '모쏠'로 살 것이고 좋아하는 친구 몇 명과 주택에서 살 것이라고 한다. 친구들과 함께 마당이 넓은 주택에서 살면서 강아지와 고양이를 3마리씩 키울 것이고, 비즈니스 좌석을 타고 해외여행도 다니면서 호텔에서도 가끔 살겠다고 한다. 이런 꿈 같은 계획을 듣고, 내가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해외여행은 어떻게 다니냐~ 비즈니스 타고 호텔에 살려면 너 월급이 많아야겠다~"라고 찬물을 끼얹어도 아랑곳하지 않는 것을 보면 우습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품 안의 자식이 아니라, 또 다른 하나의 우주로 씩씩하게 세상에 존재하겠구나 싶어서 마음이 놓인다.
마지막으로, 혼자 남게 될 우리 외동아이가 걱정되시는 분께 전하고 싶다.
우리 아이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좋은 사람이 많이 있을거에요.마찬가지로 우리 아이도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게 잘 키워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