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뜯는 아이

엄마의 발작버튼=손톱

by DAL

우리 아이는 손톱을 뜯는다.

나는 상담심리를 전공했고 초, 중, 고등학생을 내담자로 만났고 부모상담도 했다. 학회를 포함한 국가 공인된자격증 4개가 있다. 그렇게도 자격 준비를 위해 수련하고, 사례를 개념화를 하며 이론을 뒤적이며 상담을 계획하고 임해왔는데... 그렇게 부모의 역할과 자녀에 대한 공감을 강조하며 부모 상담을 했었는데.


나의 아이가 손톱을 뜯는다니? 그것도 피가 날 정도로,


손톱을 물어뜯으면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더라, 엄마가 더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더라, 아이가 뭔가 불안한가 보더라, 가족에게 어떤 어려움이 있는가, 엄마와 아이의 대화가 어쩌고 저쩌고......


그렇게 누구나처럼 쉽게 진단 같은 것을 내리고 참 그렇게 오만했더랬다.


결국 그때의 오만한 내 의견에 따르면

'아이는 자신의 긴장과 불안을 손톱 뜯기로 해소하고 있거나, 부모로부터의 정서적 결핍 혹은 아이의 욕구를 읽어주지 못하고 화만 내서 잘못된 행동을 강화시키고 있는 그런 부모 이거나 뭐 그런 것'이다. 제 머리 못 깎는 중이 되었고 그저 선무당이 되어버린 나의 커리어가 무척이나 부끄럽고 수치스러웠다. 그 견디기 힘든 수치스러움은 아이에 대한 분노로 대체되어 나는 말 그대로 발작 수준의 화를 낸 적도 많다.


시작은 어린이집을 다니던 때였다. 일찍 아이를 재우려고 옆에 같이 눕지만, 어른이 잠자기엔 이른 시간이라 잠이 안 오는 나는 손톱 거스러미를 뜯었는데, 그때 아이가 나를 빤히 보고 있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어느 날은 어린이 집 다녀온 아이의 손가락에 피가 맺혀있었다. 선생님과 이야기한 결과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손톱 거스러미를 뜯는다고 했다. 선생님의 말에 집중해야 하는 시간이나 다음 순서를 기다릴 때 손가락을 늘 만지작거린다고 했다. 앞으로 주의를 주고 잘 관찰하겠다고 말씀하셨고, 선생님께서도 아이의 손톱에 늘 로션을 챙겨 발라주셨다. 당시 어린이집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나와 노는 시간이 더 많았기 때문에 나는 틈날 때마다 거스러미를 정리해 주고 로션을 발라주며 저절로 나아지길 바라던 날들이었다.

하지만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는 정도가 심해져서 손톱을 종이처럼 찢기 시작했다. 멀쩡한 손톱이 없었다. 입으로 물어뜯지 않으니 그마나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유치원을 다녀오면 손톱의 반절이 찢어져서 너덜거리고 있는데 말그대로 마음이 문드러졌다.


아이의 습관을 고쳐보고자 지금까지 내가 시도해 본 방법은 다양하다.


1. 사랑

"엄마가 준 소중하고 귀한 손톱이야. 우리 아기 눈, 코, 입, 그리고 손톱 모두 사랑해. 오늘도 어린이집에서 아껴줘~"

2. 회유

"아픈 손톱보면 엄마가 너무 마음이 아파, 너도 많이 아프잖아. 우리 조금씩 고쳐보자. 오늘은 엄지손톱 가만히 두기!"

3.대체방법 제시(반응대체)

"말랑이 주머니에 넣고 손톱 만지고 싶을 때 말랑말랑 만져볼래?"

4.엄마와 함께 목표달성하기(모델링)

"엄마도 거스러미 뜯잖아. 나도 고치고 싶어서 노력 중이야. 볼래?"

5.보상(토큰경제)

"손톱 하나 자랄 때마다 원하는 장난감 사줄게."

6.달력에 기록하기(자기관리)

" 많이 뜯은 날은 x, 안 뜯은날은 o, 조금 뜯은 날은 세모."

7.무관심(소거)

"....."

8.실컷 뜯기(포화)

"너 이 영상끝날 때까지 계속 뜯어, 멈추지말고 손톱 계속 만지고 있어."

9.약속(행동계약)

"손톱 뜯어오는 날은 어떤 벌을 받을 건지 니가 정해."

10.공포(혐오)

"손톱에 병들면 어떻게 되는지 손톱 다 썩어. 사진으로 보여줄게."

11.협박

"엄마 집 나갈꺼야.너 손톱 길면 들어올꺼야."

12.좌절경험

"손톱이 짧고 다쳐서, 네일샵 가서 예쁜 네일아트도 못 받았네. "


그리고


'손톱 뜯는 아이' '손톱 뜯는 버릇 고치는 법' '손톱 뜯는 이유' .... 포털의 검색창에 가득했던 나의 관련 검색기록들까지. 너무도 뻔한 이야기들로 가득한 포털의 정보임을 알지만 그저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기 위해서, 무수히도 검색했더랬다. 덕분에 건강한 손톱과, 손톱 뜯는 습관 고치는데 도움을 준다는 제품 중에 안 써본 제품이 없다.


인간의 정서에 대한 이론에서 한번씩 등장하는 플루칙이라는 분은 인간의 감정을 8가지 기본 감정으로 나누고, 그 결합과 강도에 따라 다양한 복합 감정이 생성된다고 하셨다, 내 아이의 손톱은 '플루칙의 감정바퀴'에 있는 인간의 모든 감정을 경험하게 해 주는 위대한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지금도 진행 중인 손톱 집착녀의 여정을 천천히 기록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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