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 여성 넷, 책읽고 운동하는 모임 만들다!
두번째 모임 에세이
이번에는 한별이네 집에서 만남! 생일선물로 받은 소고기를 들고 한별이집으로 향했다.
손 크기로 유명한 한별이는 역시나 묵은지김치쌈밥을 이따만큼 만들고 있었음. 소고기는 에어프라이어가 알잘딱깔센 구워줬다.
우리 너무 잘차려 먹는거 아니냐.. 뭐 잘먹고 잘살자고 시작한 모임이니 알맞다. 또 신기하게도 넷 다 소주파. 한별이가 우아하게 소고기랑 먹자고 샹그리아 꺼냈는데 우리 모두 딱 한 잔 마시고는 소주 꺼냄. 많다고 생각했던 고기와 쌈밥은 역시나 싹싹 비웠다.
다음 모임 장소는 다솜이네 인데 다솜이 벌써 같이 뭐 먹을지 고민중ㅋㅋㅋ 이제 각자 집에서 싸가는걸로 할까? 쨌든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첫번째 책은 #리베카솔닛 의 #해방자신데렐라.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든다'의 저자 솔닛이 손녀딸에게 읽어주려 재해석한 신데렐라 동화. 골동품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신데렐라 동화책 삽화 뒷면의 짧은 내용을 보고 '불쌍한 신데렐라의 신분상승'이 아닌 '신데렐라의 변신' 이야기였구나, 라는 것을 깨닫고 쓰게 됐다고 한다.
책 펼쳐두고 먹던 소주 마시며 이야기 나누기. 밥상 치우면서 너무 자연스럽게 소주잔은 남겨둔거 웃김. 일단 짠 하면서 시작해볼까.
나눈 대화들
1. 신데렐라가 춤 출 동안 구직활동한 마차꾼.
- 모두가 자유롭고 가장 자기다운 모습이 될 수 있게 돕는 것이 진짜 마법이라고 했어. 그러더니 말들에게 말이 되고 싶으냐고 물었다는 이 대목이 너무 감동적이었어.
- 맞아, 근데 나는 동화는 못쓰겠구나 싶었어. 상상력의 한계가.... 원래 쥐였던 마차꾼 여자가 마차꾼으로 남고싶다고 해서 마을로 갔는데 이 여자는 어떻게 살 수 있나. 주민등록도 없고 집도 없고 친구도 없고 가족도 없는데........
- 마차꾼으로 하루 일해봤으니까 그 일 하면 되겠는데?
- 에이 뭐 이미 성에서 마차꾼들끼리 담배 한 대 피면서 어디 일자리 없냐고 물어보고 명함 주고받고 했겠지. 화려한 호박마차 타고 왔으니 이미 그 동네에서 유명해졌을꺼야.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 해방자?!
- 해방자라는 말을 처음 봤을 땐 엄청 앞에 나서서 불지르고 활활 태우는 그런 내용인가, 생각했는데 읽어보니까 스스로를 해방시킨다는 주체적인 뜻의 말이구나, 싶었다.
- 뒤에 작가의 말 보니까 스스로 변화하는 것 자체가 횃불들고 앞장서서 막 그런 거를 생각하고 쓴 거 같더라. 직접적인 행위만이 해방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해서 자기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도 해방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더라.
3. 갑자기 분위기 매드맥스
- 작가의 말에 강인한 여성상으로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에 '퓨리오사' 이름이 나와서 너무 반가웠어. 이 영화 처음엔 그냥 포스트 아포칼립스 내용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너무 멋진 여성 주인공이 나와서 넘 재밌게 봤었거든. 피와 잔인한 복수까지 아주 짜릿합니다. 꼭 보세여.
4. 힘들 땐 주변에 요청해야 해. 도움! 도움!!
- 신데렐라가 '집에서 나와도 된다고 왜 진작 말해주지 않으셨어요?' 물었더니 요정할머니가 '너무 바빴어. 니가 그전엔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잖아.' 이 뒤에 (힘들 땐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야 된다는 말은 정말 사실이야) 라는 이 괄호 안의 말이 너무 친절해서 좀 웃겼는데, 어릴 때 이런 내용을 읽으면 더 주변 사람들에게 더 마음을 기대고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더라. 그래서 의미있다고 생각했어.
- 맞아. 점점 개인주의화 되고 '주변에 폐끼치면 안돼.' '책임은 당연히 니가 져야지.' 이런 말들이 도움을 요청하기 낯설게끔 만드는 것 같다. 나누고 도와주는 공동체적 마인드를 요즘에 가지기 힘든 거 같애.
- 나는 신데렐라가 저 질문 할 때 엄청 당돌하다고 생각했는데. 신데렐라 이미지를 너무 소극적이고 조용하고 반항 못하고 그런 이미지로 알고 있었던 걸까.
5. 개바쁜 노동자 요정할머니
- 나는 요정할머니가 다른 친구들 도와주다가 너희 집으로 가는 길을 까먹었다고, 엄청 바빴다고, 진작 도움을 요청했으면 왔을거라고 하는 말에 신데렐라를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었구나! 자기 삶을 사는 사람이었구나, 생각이 들어서 엄청 신선했어.
- 맞네. 요정할머니도 세상 열심히 사는 노동자였구나. 한번도 생각 안해봤어.
- 요정할머니 말고도 원래 동화 읽었을 때 신데렐라 말고는 다 그냥 무생물같은 NPC였었는데, 이 책에는 다 각자 자기 삶을 사는 사람들로 다각적으로 표현되있어서 신선하다.
6. 사랑이야기가 아닌 신데렐라
- 왕자와 신데렐라가 친구가 된다는 내용이 너무 마음에 들었어. 이 둘이 결혼하는 순간 사랑이야기로만 남을텐데 신데렐라의 자존감 찾기가 주제가 될 수 있어서 좋았어.
- 요즘 하는 생각인데, 어디든 성별이 다른 사람이 등장하면 성애적인 내용으로만 이어지는 형태가 좀 아쉽다.
7. 유리구두는 이용당했다.
- 왕자가 구두 주인을 찾으러 오는데 정말 그냥 순수하게 구두주인만 찾고 있는게 너무 웃겼어.
- 구두가 굳이 유리일 필요도 없었다, 그냥 왕자가 성 밖에 놀러나오고 싶었던거 아니야?
8. 새어머니도 피해자일수도?
- 계모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안나오네. 나중에 '울부짖음'이 된다는 표현도 신선했어.
- 새어머니가 바로 우리 모두의 모습이다, 요즘 사회의 시선을 대변한다고 작가의 말에 적혀있어서 새어머니 서사도 궁금하다. 왜 그렇게 악바리로 살게 되었는지.
- 요즘 드라마나 영화도 완전한 악역이 아니라 각자 스토리가 있고, 주변에서 볼 법한 성격을 보여주는 것 같다.
- 사회구조적으로 이런 성격이 될 수 밖에 없는 거 아닐까. 새어머니도 피해자일수도?
9. 새어머니 독박육아설
- 신데렐라 친엄마, 친아빠도 다 살아있다는 것도 신기했어. 영화에서는 죽었던거 같은데. 근데 살아있는거면 신데렐라가 새어머니랑 두 언니 수발들고 누더기옷 입고 재 뒤집어쓰고 있는데 엄마아빠가 너무 방임한 거 아니냐. 자주 집을 비우더라도 이걸 모른다고?
- 그러게, 따지고 보면 새어머니가 애 셋을 독박육아 하고 있는거 아니야???
- 헉 너무 힘들겠다.
- 뭐야 갑자기 새어머니 너무 불쌍한데?!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0. 가끔은 그냥 도움 받아도 된단다.
- 원래 영화에서는 늙은 노파한테 친절을 베풀고 나서 요정으로 변신해서 도와주는데 여기서는 그냥 누가 좀 도와줬으면 좋겠다, 하고 혼잣말 하는데 바로 와서 도와주는게 신기했어. 아무 이유없이, 대가 없이도 내가 도움을 요청하면 도움을 준다는 느낌.
-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에 길들여져서 기브앤 테이크가 익숙해져서 어색하게 느껴지는 듯.
11. 누구나 스스로 삶의 주인공
- 팔로마 펄리타 이 언니들이 어떤 직업을 가지고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적어주는데 내가 위안받는 느낌이었어. 화려한 왕자 공주가 아니라 일반 대중의 삶을 살아가더라도 그 내용들도 섬세하게 다 짚어줘서 감동적이었던 거 같애.
12. 손녀딸에게 해주고 싶은 말
- 내용은 너무 마음에 드는데 원래 알고있던 동화 위에 상세하게 덧붙이고 뒤에는 아예 내용이 달라져서 뭔가 좀 인위적으로 느껴지긴 했어.
- 목적과 메세지가 명확하게 있어서 그렇게 느껴질 것 같다. 그리고 너무 어릴 때 본 동화가 뇌리에 박혀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또 세세하게 한사람 한사람 신경쓰니까 단조로워보일 수 밖에 없는?
- 딱 내 손녀딸한테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려주려고 읽어주는 느낌. 짧은 분량에 많은 주제가 담겨있어서 좋았어.
- 맞아. 그리고 표현이 예뻐서 손녀딸한테 읽어주면 진짜 좋을 것 같더라. 노을을 닮은 소녀 같기도 하고 소녀가 된 노을 같기도 하다는 이런 표현이 너무 예쁘더라.
더 많지만 일단 여기까지. 이야기 나누는데 술 한 잔 기울였다고 이렇게 재밌을 수 있나. 새로 멤버가 들어온다면 술을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램을 남기고 우리는 영화와 함께 2차를 시작하기로 했다.
둘은 편의점에 가고 둘은 먹은 것들 설거지. 만두 매니아 다솜이가 비비고 세봉지 꺼내는데 요즘 릴스로 유명한 '사장님이 세 개나 사래~'가 자동재생되서 너무 웃겼다. 남기면 되지 뭐, 하며 사온 소주도 한병 빼고 다 마심. 대단한 사람들..(나 포함)
뜨끈한 생생우동과 튀긴 듯이 바삭한 군만두를 안주로 대화하다 나왔던 #매드맥스 를 보았다. 퓨리오사 머시써...!
내가 좋아하는 마지막 문구 찍어둠. 취해서 흔들린 거 같기도 하고..
다음 모임은 등산! 제발 비 안왔으면, 미세먼지 없이 맑았으면. 그리고 추가 멤버도 생길 듯 하다! 여차저차 작은 지원금도 생겼고. 부산여성회 언니들의 든든한 지지도 감사하다! 몸도 마음도 더 쎄지자,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