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경고: 6도의 멸종

by Focumble
21세기 초의 엄청난 빙하 손실 속도는 인류가 관측한 기간 동안은 물론이고,
이제껏 남아 있는 역사적 기록을 봐도 전례가 없다


8년 전 출간되어 기후 문제에 경종을 울린 대표적인 과학서 <6도의 멸종>의 저자 마크 라이너스의 신작이다. 전작과 같이 지구의 온도가 1도씩 올라갈 때마다 지구는 어떤 모습이 될지 6도까지 6개의 챕터에 걸쳐 보여주고 있다.



요약

지구온난화는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특이점(tipping point)에 곧 도착할 듯 보인다. 지구는 여러 모습으로 괴로움을 표현하고 있지만, 인류는 아직 이에 대한 충분한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파리협정으로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논의하였지만,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이는 수 년 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다.


지구온난화 연구의 초기 멤버 중 한 명인 Charles David Keeling은 하와이의 마우나로아에서 최초로 CO2(이산화탄소)의 대기 중 농도를 측정해 지구온난화와의 관련성을 알렸다. 이를 기념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그래프는 Keeling curve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위 두 사진이 시기 별 Keeling curve (https://keelingcurve.ucsd.edu/ 에서 참조)이다.

왼쪽 사진은 산업혁명 이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나타낸 것이고, 오른쪽은 지난 80만 년 동안 이산화탄소 농도 추이를 빙하에 녹아 있는 이산화탄소를 통해 예측한 그래프이다. 가파르게 상승 중인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단지 자연 순환의 일부로 설명하기엔 너무 높다.


물론 현재 지구의 온도가 역사적으로 가장 높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높은 이산화탄소 농도가 동반된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지구온난화는 기본적으로 양성 되먹임(positive feedback, 결과가 원인을 강화시켜 일정 방향으로 결과가 강화되는 현상) 작용이다. 지구의 대기 온도가 높아질수록 빙하가 녹고, 그만큼 반사되는 태양 복사열이 감소해 지구는 더 더워지게 된다.


위 두 사진은 위키피디아에서 참조하였다(https://en.wikipedia.org/wiki/Global_temperature_record).

왼쪽 그래프는 180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의 지구 온도이고 (지난 200년 동안 1.5도가 올랐다.), 우측 사진은 지난 80만 년 동안 남극의 빙하를 통해 추정한 지구의 온도다. 현재 지구의 온도가 자연순환을 벗어났다고 확정 짓기는 어려우나, 추후 벗어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처럼 지구의 기온이 오름에 따라 여러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북극곰의 서식지에 대해 논하자면, 1980년 이후로 북극 빙하의 절반이 사라졌고, 남은 빙하의 두께도 85% 얇아졌다. 2016년, 2017년 12월에는 북극 전역의 평균 기온이 4℃~6℃로 전대미문한 이상기후가 관측되기도 하였다.


극지방이 아니더라도 기후변화는 동식물의 생존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데, 서식지의 이동이 기후의 이동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을 기후 부채 (Climate debts)라고 한다. 기온이 올라감에 따라 달라진 식물의 서식지는 곤충 개체의 수를 극도로 감소시켰다. 일부 학자들은 '곤충 아마겟돈'이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곤충을 주식으로 삼는 조류의 개체 또한 크게 감소하였고, 철 따라 서식지를 옮기는 조류들이 기존 서식지에서 아사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AMOC (Atlantic Meridional Overturning Circulation,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류) 은 아메리카 대륙의 동쪽과 유럽/아프리카 대륙의 서쪽 사이의 거대한 해류를 의미하는데, 지구 온난화가 진행됨에 따라 극 지방에서 하강해야 하는 차가운 해류의 양이 감소해 AMOC가 약화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2004년 영화 투모로우, The Day after Tomorrow는 AMOC의 중단으로 빙하기가 도래한다는 설정의 영화였다.) AMOC의 감소는 지구의 에너지 순환, 물의 순환 감소를 의미하고, 가뭄과 홍수, 폭염과 혹한의 악화를 일으킨다.


작가의 이전 저서가 출간되었던 2014년에 비해 인류는 지구온난화를 더 진지하게 인지하고는 있지만, 재앙으로 치닫는 지구의 미래를 되돌릴 수준의 노력은 없다. 오히려 작가가 이전 저서에서 예측했던 대형 허리케인, 대형 산불 등은 예상보다 더 빨리 발생했다. 지구의 온도는 벌써 1.5도가 올랐고, 인류는 돌이킬 수 없는 시기를 지나고 있다. 하루빨리 지구온난화에 대한 전 인류적인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생각

대한민국의 여름철 소나기가 동남아의 스콜처럼 엄청 퍼붓다가 갑자기 그쳤을 때와, 제주도에서 바나나와 파인애플이 재배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였을 때 기후변화가 정말 진행 중이구나 느꼈던 것 같다. (실제 지구온난화와의 상관 여부는 불확실하다.) 다른 한편으로, 한국의 여름철 평균 기온이 1도 오른다고 하더라도, 적도에서 온 아프리카인들도 더워서 못 살겠다고 몸부림친다는 한국의 습한 더위의 체감 온도가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또 기억나는 것은, 최근 미국의 가뭄이 수백 년 내 최악의 가뭄이라는 뉴스와, 2019년 호주의 산불이 6개월 동안 지속되어 한참 동안 태양을 볼 수 없었다는 기사다. 이런 사건들이 지구 온난화의 결과로 추정된다는 내용도 본 것 같다.


이 책은 꽤 길지만, 주제와 내용은 단순하다. 인류가 온실가스를 통해 자신의 서식지인 지구를 어떻게 파괴하고 있는지, 그리고 재앙으로부터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각종 논문과 통계 자료들을 통해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은 이전에 리뷰했던 "이성적 낙관주의자"에 비해 인류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그리고 있다. 이성적 낙관주의자에서는 인간의 기술이 결국 지구온난화라는 위기를 극복해 낼 것으로 예상한다. 인구 증가에 따른 식량 부족, 오존층 구멍, 산성비 등 인류의 위협으로 여겨졌던 수많은 요소들은 더 이상 위협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거나, 기술의 발전을 통해 극복되었다. 1990년대에 예측했던 석유 고갈 시기를 이미 지나친 현재에도 가솔린 자동차들은 도시를 메우고 있고, 2020년에 예측하는 석유 매장량은 지금까지 인류가 사용한 석유보다 더 많다고 한다.

("이성적 낙관주의자"의 리뷰가 궁금하시다면 : https://brunch.co.kr/@5e691b6e695b44c/3)


한편으로 두 책의 결론은 같기도 하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인류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성적 낙관주의자는 인류의 기술이 이를 극복해 낼 것으로 예측할 뿐, 지구온난화의 진행 속도와 이산화탄소 농도의 증가 속도는 심각하기 때문이다.


국가별 이산화탄소 배출 순위를 보면 단연 중국, 미국이 1, 2위를 차지하고 있고, 두 국가의 합은 지구 전체 배출량의 40% 내외를 차지한다. (대한민국은 9위로, 2% 정도를 차지한다)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은 곧 화석연료의 사용량이자 국가의 성장 속도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겠다.

Global Carbon Project의 Atlas 참조

미국과 중국이 손잡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동안 대한민국이 좀 성장하는 것이 내심 희망 사항이었지만, 미중이 서로 G1이 되겠다고 으르렁거리다가 기어이 미국은 파리협약을 탈퇴해버렸다. 중국은 동쪽 해변에 150개의 원자력발전소를 짓고 (이미 50개쯤 지어졌다) 우리의 황해를 뜨겁게 달굴 예정이다.


원자력 기술이 안전성을 확보한다면, 탄소중립을 이룰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인다. 핵융합을 통해 인공태양을 만들려는 세계적인 프로젝트도 진행 중인데, 이 기술의 선도주자가 대한민국이라고도 한다.


인간은 다른 짐승들과는 다르다. 인지 혁명? 농업혁명, 산업혁명 등 인류의 운명을 바꾼 사건들이 일어났고, 신이 코에 숨을 불어넣었기 때문인지, 그래서 결정적 유전자 변이가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인류는 짐승과 다르게 더 이상 환경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그리고 짐승과 다르게 환경에 순응하기보다는 환경을 바꿔나가다가 결국 스스로를 위협할 만큼 지구를 변화시켰다.


초여름 밤의 바람이 서늘하고 좋다. 내 후손이 좀 더 부강한 나라에서, 좋은 환경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너무 쉽게 헬조선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이민만이 살길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그리고 각종 갈등과 답도 없는 출산율 등 문제가 산적해있지만.. 부디 그만 싸우고, 지혜를 하나로 모으고, 가정도 더 이루고 애도 더 낳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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