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함윤규 Feb 03. 2023

불안 (不安)

관계의 실존

너와의 안정이 좋았다.

너와의 안녕(安寧)이 기뻤다.


우리의 모든 것이 안정됨을 즐겼다.


너와의 모든 기억들이 위로

쌓이고 쌓이다 이젠 보이지 않는다.


너와의 모든 추억들이 옆으로

커지고 커지다 이젠 형태 조차 알아보지 못한다.


차라리 너와 내가 무너져라 흔들렸다면,

높이 쌓인 기억이 쏟아져 우리 위를 덮었을텐데..


차라리 너와 내가 깨져라 부딪혔다면,

커져버린 추억이 조각되어 우리 품에 다시 안겼을텐데..


너와 내가 서로에게 조금이나마 불안했다면


너와 내가 서로에게 조금이나마 기대했다면


우리의 운명이 실존하지 않았을까?


너와의 안정이 두렵다

너와의 안녕이 두렵다


이제는

너와의 불안이 좋았다

너를 향한 기대가 좋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단어를 음미한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