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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구도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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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윤규 Feb 12. 2023

춘심(春心)

내 안의 봄

2월 12일.



온 세상이 하얗게 저물었던 시간도 지나고 내 주변은 빼앗긴 색을 되찾는 듯 조금씩 저마다의 색을 입고 있다.



회관 앞, 눈에 갇혀있던 눈도 이제는 조금씩 머리를 내밀고 있고, 밥 달라며 매일같이 우는 고양이도 이제는 낮이 되면 일광욕을 즐기고, 추운 방학 동안 움츠렸던 내 친구들도 그들만의 색을 몸에 칠하는 시간이 왔다.



아직 날은 차지만 꽁꽁 얼어붙었던 얼음이 이젠 슬며시 녹아 나의 세계에도 흐르는 것이다.



그렇게 내 마음에도 봄이 찾아 왔다. 하지만 내가 알던 봄과는 사뭇 다르다고나 할까.



벌써 입춘이 일주일이 지났다. 내 봄은 그 입춘과도 같다.



봄인지 겨울인지, 날이 풀린 것인지 아직 추운 것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난 내 마음이 아직 겨울인지, 봄이 찾아온 것인지 모르겠다.



이따금씩 찾아오는 감정이 있다. 내가 행복한지 불행한지 조차 구분할 수 없는 그런 시기가 있다. 무언가를 하려고 마음을 먹어도 쉽게 손에 잡히지 않는 그런 날.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는 싶지만 어떤 말을 꺼내더라도 마음이 담기지 않는 그런 날. 그런 날이 있다.



그런 날만 되면 언제나 극도의 스트레스가 동반된다. 나 스스로를 컨트롤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내가 너무 기쁜 것이라면 좀 더 차분해지려고 노력하면 되고, 내가 너무 우울하다면 내 감정을 더욱 풍부히 하려 노력하면 된다. 하지만 이런 날이면 그 무엇도 할 수가 없다.



무언가 내 안에 차올라 숨이 턱턱 막혀오지만, 나를 채우는 그것이 슬픔인지 행복인지… 사실은 내 안이 차오르는 것인지, 텅텅 비어버리는 것인지 조차 모른다. 정말 내 판단 능력 자체가 햇살과 함께 녹아버리는 것이다.



그런 날이 가장 크게 찾아오는 날이 입춘이 아닐까?


이런 내 마음을 빗대어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계절감이기에.



그렇게 나는 나만의 입춘을 보내고 있다. 사실 뭐 이것마저 익숙해져 힘들다 뭐다 할 그런 상태도 아니다만, 항상 무언가를 기다리 듯 불안한 마음이 한켠에 남아있다. 내 감정을 컨트롤 하고자 하는 마지막 발악일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겨울이 자리하고 있던 세상은 금방 추억처럼 남을 것이다. 언젠가는 또 이 겨울을 그리워하고나 있지 않겠나. 그 그리워질 겨울이 되길 바라며 오늘도 자연스레 녹아내리고 있으련다.



이 글을 읽는 그대들은 춘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무엇보다 선명하고 따듯한 봄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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