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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구도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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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윤규 Mar 13. 2024

[LesMiserables]

결함 속 온전함

단연코 최고의 뮤지컬 영화다.

아무리 뮤지컬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고 한들, 그 누가 이 영화에 온전한 비난을 던질 수 있으랴.

영화는 처음부터 신념과 신념의 대립으로 시작하여, 믿음과 믿음의 대립으로 끝난다.

증오라는 가시밭과 신의 부름 사이에서 고뇌하는 장발장,

일평생 옳다고 믿어왔던 삶이 단 한 순간, 한 사람으로 인해 부정당한 자베르,

혁명의 길과 사랑의 선택으로 고뇌하는 마리우스.

결국 인간의 모습은 그런 게 아닐까.

결국 가장 인간적인 것은 바로 인간적 결함에서 온다는 것.

시대적 결합 사이에서 오히려 가장 작고 개별적인 존재들의 삶이 그 무엇보다 선명하다는 것.


누군가의 삶을 이뤄내는 것은 수많은 고뇌에서 파생되는 선택이다.

인간적 결함과 결핍에서 생기는 이성적 판단과 감정적 본능 사이의 간극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살아내는 것이 바로 삶이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그 삶이라는 신념 속에서 나오는 선택들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은 오로지 스스로만이 정의내릴 수밖에 없다

시대적 착오와 결함, 인간의 결핍과 흠으로.



[레미제라블]은 그 결함 속에서의 선택을 통해 삶이라는 온전한 형태로 나아가는 길을 보여준다.

그런 의미로 <Jean Val Jean Soliliquy>와 <Who am I>는 단연 최고의 넘버라고 할 수 있다.

무엇이 나에게 옳고 그른가에 대한 질문을 지속적으로 던지며, 그렇게 고뇌하는 자신의 모습을 통해 타인의 고뇌를 들여다 본다. 결국 삶은 온전함으로 나아가는 길일 뿐, 궁극적으로 온전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본인이 증오하고 두려워하는 삶의 초상인 자베르를 오히려 압도하고 짓누르고 새로운 길을 제안하게 된다.

그의 마지막 순간이 아름답다 말할 수도 없고, 결국 완전한 본인의 모습을 찾았다고 말할 수도 없지만, 결국 그게 그가 깨달은 삶이 아니었을까.


영화는 <One Day More>을 통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의미를 전달하고자 한다.

장발장의 독백으로 시작하여,

마리우스와 코제트의 화음이 쌓이고,

그 위로 다시 에포닌이 층을 올리더니

결국엔 모든 주조연과 앙상블의 목소리가 쌓여

Tomorrow we'll discover

내일 우리는 알게 되리라

What our god in heaven has in store

천국에 계신 우리의 신이 준비한 것을

One more dawn, One more day

새벽이 지나면, 하루가 더 지나면

One day more

내일이 오면

한 개인의 개별적이고 사소한 삶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지는 삶이라는 것은 신 말고는 아무도 알지 못하며, 그 무지와 불안이 주는 불온전함이 결국 삶 그 자체라는 것.

영화 속 여러 이유로 살아가는 여러 작은 존재들의 삶이 결국 우리의 모습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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