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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윤규 Jan 21. 2024

실패할 용기

박치기


오늘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또 어렴풋이 앞으로의 일정에 염두에 두고 있던 활동에 떨어졌다.

사실 떨어질 것 같았다. 참 냉정하면서도 객관화가 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부족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합격을 바라며 지원했지만 또 겸허히 실패를 받아들이려 하는 참 모순적인 지금 내 모습이다.

난 실패와 거부에 익숙치 않은 사람이다. 그래서 어찌보면 내 인생에 굉장히 사소할 이 실패 조차 크게 다가온다. 항상 모든 것을 잘해서 익숙치 않은 것이 아니라 어차피 실패할 일에는 애초에 관심도 두지 않는 편이기 때문에 실패에 면역이 없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에 스스로 실패할 것 같은 일에는 일정 수준까지 실력을 끌어올리기 전까지는 발끝도 내밀지 않는다.

난 디자인을 잘 모른다(여기서 말하는 디자인은 시각적으로 아름다움을 가공하는 행위이다.). 글을 좋아하고 기획을 좋아하기에 시각화 전 단계까지의 과정을 좋아하지만 그 후작업에 대한 실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 이유로 이번 지원에는 자신이 없었다. 그들에게 뭘 어필해야하는지도, 어떤 것이 그들에게 어필이 될지도 인지는 했지만, 그 부분이 내가 어필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을 알기에 소극적인 포트폴리오가 나왔다.

하지만 장족의 발전이라 삼을만한 것은 나는 위 내용처럼 애초에 절대 안될 것 같은 것은 하지 않는 내가, 그 안될 것 같은 미약한 감정이 머리 속을 맴도는데도 지원을 했다는 것이다.

누가 보면 당연히 그렇게 성장하는 거지!라고 할 수는 있지만, 나에게는 굉장히 드문 상황이다. 실패할 일에는 실패할 확률을 0으로 만드는 나에게 그 실패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만드는 행위는 굉장한 용기가 필요하다.

어쩌면 이번이 머리 굳고 느낀 그 실패라는 경험에 대한 첫 박치기일 수도 있다. 이번 박치기는 머리가 깨질 정도는 아니지만 언젠가 머리가 깨질 정도로 박아보고 실패하고 언젠가 금이 간 이 머리에서 아브락사스 곁으로 날아드는 새가 나올 수 있도록.

참회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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