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게
- 김용기
상처받지 마라
관광회사 사주를 받았을 거다
사장이
잎도 나기 전 다그쳐
마른 가지에 꽃부터 피운 것은
겨울 노름빚에 몰린 급전 때문일 텐데
이래도 이른 봄 남도가 부러우냐
뼈대 있는 집안이니
조급해 마라
이파리 나고 꽃 피워도 벌 온다
제비꽃은 약수터에 있고
할미꽃은 산소에 있다
덜 예쁘면 열매라도 맺으면 되니
자격지심에 속 상할 일 아니다
상처받은 꽃이란 없다
예뻐서 꺾이는 경우가 어디
사람뿐이겠느냐
흔하여, 원망하는 꽃이란 없다
게으른 벌 살리려고
늦가을까지 꽃을 피우는 개망초는
착한 대명사다
밟히고 꺾여도 다시 피는
꽃을 닮는다면
세상은
기도를 반으로 줄일 수 있을 텐데
그걸 모른다
이용당하는 벌도 품어주는
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