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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와 까닭

by 김용기

이유와 까닭


- 김용기



박이 달빛에

호박이 햇빛에 익고


힘에 부쳐서 느린

그 달빛 모으던 박은 처음부터

속 좋다는 소리를 맘에 뒀을까

지붕 올라가 밤마다 마음 졸였는데


여름 햇볕이 뜨거워도

길가, 부끄럽다니

제 몸 손 타기 바라는 헤픈 기생처럼

풍상 견뎌 낸 호박에게

쇠죽 통에 들지 않을 간절함이랴


떠난 달이 돌아오고

비 든 장마를 해가 밀어낸 것은

박 때문에

제 몸 돌볼 줄 모르는 호박 때문


시인의 한담객설에는 차갑고 뜨겁고

욱여넣음 당한 해와 달이 섞여

평생 한 궤짝 그대로

그까짓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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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담객설 - 한가하여 쓴 객쩍은 글


(사진:네이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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