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색 달력
- 김용기
대형 마트에서 누가
휴가 잘 보냈냐고 물었는데
머뭇머뭇
올해 온통 빨간색뿐인 내 달력이니
잘 보내고 있는 것 맞다
피서 중이다
얇은 지갑을 어떻게 알았을까
눈치 빠른 카트가
값싼 라면 몇 봉지를 담고
공연히 매장을 여러 번 돌고 있다
날씨가 입추를 알아챘다
하루새 서늘
거실 달력을 보고 간 것 같다
더위에 문마다 활짝 열어 두었는데
슬그머니 엿보고 간 것이다
"장마철 수박은 지려"
끝내 안 샀다
고혈압을 핑계로 아까 그 라면도
도로 갔다 놓았는데
손에 늙은 오이 하나 달랑
부끄러움 모르고 들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