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聖人)
- 김용기
소금 뺀 미역국에
쇠고기 한 근 넣었다 한들
무슨 소용
식탁에 오를 수가 없는 것을
맛이 없다
계란프라이도 그렇고
미나리 넣고 생강 빼고
육젓에 생새우 욱여넣은 김치가
맛있다고 시시덕거려도
소금 빠진, 허튼소리
언제나 제 자리 지켰다
짜고 쓰고
어울리면 맛을 내지만
드러내지 않고
감추느라 녹은 소금은 보이지 않았다
겸손하다
없으면 사달이 날 소금인데
칭찬은 왜 인색한가
인색함을 넘어 엄격한가
인정받지 못하여 분(憤)할 텐데
소금이 차분하다
그렇다면 성인(聖人)이다
아내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