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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속(還俗)

- 한담객설(閑談客說)

by 김용기

환속(還俗)


- 김용기



중 되었다가

산길 내려오던 때는 그믐이었다

주지 스님 몰래

세상으로 돌아오던 그날밤 숲은

이슬이 무거웠고

시간도 무거웠다

사리 한 톨 만들 자신이 없었는데

선방 앉으면

바이러스에 팝업창 뜨듯

나보다 먼저 출석부에 도장을 찍는

그 여자가

실눈 뜬 망막 뒤 서 있었다


뒤척거리던 잠자리을 때

어머니는 아침밥을 재촉하셨고

놀라 머리를 만졌

다행히 머리카락은 있었

머리카락 사이로 식은땀이 흘렀다


헛웃음에

멀건 콩나물국 사레에 컥컥거리다가

그냥 넘겼던 콩나물 대가리 하나

불쑥 나와버렸다

콩나물 대가리가 참지 못한 것은

무엇 이었을까

내 상념도 길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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