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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전깃줄에 앉았어요

- 하나님

by 김용기

아들이 전깃줄에 앉았어요


- 김용기



하고 많은 곳 놔두고

하필 가늘고 긴 전깃줄에 앉은

엊저녁 빗방울

알다가도 모를 일이

징그럽게 말 안 듣는 사춘기인가 보다

생각하다가

위험한 곳 멀뚱멀뚱한 눈동자에

혀를 찼다


높고

좁고

춥고

전기도 올 텐데

비 그쳤으니

서둘러 내려오면 좋으련만

쇠고집이다


남 얘기 쉽게 한다 싶어서

그만뒀다


뉘 집 아비어미 애타겠구나 싶은 마음

하늘 올러다 보다가 깜짝 놀랐다

이런, 하나님

얼른 내 얼굴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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