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자(蕩子)
- 김용기
탕자는 맨 발이었다
이몽룡 금의환향할 때처럼
장구와 북과
온 동네 꽹과리가 반기는
상상을 하며 집을 나갔을 텐데
무의식적으로 향한 발걸음은, 고향
차마 발걸음 소리 못 냈다
사브작사브작
귀향을 남루하고 송구스럽게 그린
램브란트의 탕자 그림에는
용서와 사랑이,
지극한 관용이 스멀거렸다
눈(雪)이 내렸다
길마다 소리 없이
사브작사브작 귀향하다니
녹아 질퍽거려서 보이지 않았지만
맨발이었을 거다
강아지가 뛰며 반겼고
이 겨울 눈도 탕자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