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이 안개에 덮였다
- 2024년 새해 아침
첫날이 안개에 덮였다
- 김용기
2024년 첫날을
두꺼운 안개가 덮은 것은
쉬운 해가 아니므로, 한 커플 두 커플
천천히 벗겨가라는 신호
시곗바늘이 돌고 돌며
안개를 벗기느라 헐떡거렸으나
더 빠르게 돌지는 못했다
신방의 첫날밤에
귀 기울이느라 창호지에 침 바르던
안타까움이 꼴깍꼴깍
그래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던 기억
첫날 안개가 그런 것
건드린 봉숭아 씨방이 터질 때
또로로 웅크리며 감겼던 반응처럼
시간은 아슬아슬했다
진한 안개가 한 해를 막아섰다면
감춰야 할 게 많다는 뜻인데
신랑의 침착함으로
서두르지 않았던 신방이
하나 둘, 알몸을 알아냈고
해구(海溝)의 깊은 곳으로 들어갔던
기억을 가르쳐 주었던 것
새해 첫날 신호가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