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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白夜)

- 갈 곳 없는 퇴기(退妓)들의 이야기

by 김용기

백야(白夜)


- 김용기



역(驛)이 떠났고

대부분 짐 꾸린 사십 계단 희매촌에

불 켜진 집, 몇

못 떠난 사연에 귀들이 모였다


낡은 역사는

주인이 거미줄로 바뀌었는데

외딴섬 된 어느 희매촌이

밤 불을 켰다


뜬금없이 거처 옮긴 기차와 달리

주머니를 뒤집는 사람들은

기차에 붙어살다가

끝내 불나방이 된 것

희망은 희매촌의 박제가 됐다

유통기한 지났으니

먼지 쓴 상품에 눈 둘 손님이 있을까

전기요금이 밀렸다


택배가 문 앞까지 실어 나르는 세상에

손님 기다리던 상점은

눈치가 없었던 것

아직 눈치 없는 사람들이 더러

오기는 하지만

기차가 자리를 옮겼을 때

손절매 못한 사연은 누구나 있었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의 마을에

오랫동안 서 있었지만

밤은 돌아오지 않았다.



*역(驛) : 원주역이 도심 밖으로 이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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