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 김용기
어떻게 할래
너무 어리잖아요
알아, 어떻게 할래
소 천 마리 드릴게요
아니, 어떻게 할 거냐고
나이 백 살에 아들 하나 줘 놓고
왜 이러세요
못해요
절대로 드릴 수 없습니다
차라리 저를 데려가세요
그럴 줄 알았는데
나귀등에 장작더미 싣고 꾸역꾸역
모리아산에 올랐다
번제물은 어디 있냐고 묻는 아들에게
끝까지 묵언하면서
그날
저울에 올라갔을 때 아무도
그의 무거운 순종을 읽지 못했다
들었던 칼 놓고 올라갔음은 물론이다
시험에 통과했을 때
그 분도 대견해 하셨을까
아버지 왜 이러십니까
투정이라니
제단 나무 위 아들이 기다렸던 칼은
누가 치웠을까
부전자전 아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