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시험

- 따라갈 수 없는 믿음

by 김용기

시험


- 김용기



어떻게 할래

너무 어리잖아요

알아, 어떻게 할래

소 천 마리 드릴게요

아니, 어떻게 할 거냐고

나이 백 살에 아들 하나 줘 놓고

왜 이러세요


못해요

절대로 드릴 수 없습니다

차라리 저를 데려가세요

그럴 줄 알았는데

나귀등에 장작더미 싣고 꾸역꾸역

모리아산에 올랐다

번제물은 어디 있냐고 묻는 아들에게

끝까지 묵언하면서


그날

저울에 올라갔을 때 아무도

그의 무거운 순종을 읽지 못했다

들었던 칼 놓고 올라갔음은 물론이다

시험에 통과했을 때

그 분도 대견해 하셨을까


아버지 왜 이러십니까

투정이라니

제단 나무 위 아들이 기다렸던 칼은

누가 치웠을까

부전자전 아찔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