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어머니
- 김용기
두꺼운 TV에 구멍이 났다면
몇 날 며칠
가라앉은 소퍼를 무시하고
눈동자를 거기 꽂은
아버지를 바라보면 된다
끼고 사시는 아버지 마누라다
눈물샘 마른 것도
슬픈 TV와 함께 운 아버지 흔적이다
집에만 계시는
아버지는
한 해에 두 살씩 더 드셨을 거다
구멍 난 TV에게 전염된
아버지 슬픔은 쇠한 기력에 보태졌다
경로당이 좋을 텐데
다투지 않는 날을 꿰야할 판
늘 도중에 오셨다
마누라는 응석받이
분풀이를 해도 울지는 않았다
초저녁 잠 많으신 건 다행
작은마누라 실증날 때가 다 있다니
작은어머니 어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