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군수군, 햇빛을 두고
- 김용기
숲 속 들어가 뭘 하려고
뚫리지 않으려는 나뭇잎 붙들고 저렇게
안달일까
햇빛
물에 들어가서 무슨 짓 하려고
자글자글, 막아내려는 은빛 물결사이
햇빛의 갈등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할까
한 곳 한 곳 점찍듯 햇빛이
쑤시고 뒤지고
기진맥진하여, 다시는 못 올 것처럼
칠흑 같은 어둠 속
산등성이 너머 굴러 떨어지더니
다시 살아나 기웃거리는 햇빛이
적어도 아침에는
눅눅한 숲을 향하여 옆으로 들어가는데
그다지 둔하지 않았다
고지식하여
다시 위에서 뚫으려는 우직함은 흠
외로웠던가 보다
한가했던지
시답잖게
온 동네 치근덕거리고 다녔으니
피곤하기도 했을 테지
곧은 성질 한 번도
구부리지도 못하고 서 있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