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夏至)
- 김용기
실성한 놈처럼
개망초 해작질은 집요했다
아침은 빨랐고
하루는 길었으므로
옮겨 앉는 자리마다
개망초 향기가 개코처럼 따라다녔다
해가 정수리에 앉을 때까지
그랬으므로
누가 봐도 혀 찰 일이었다
오금다리가 저리면 일어나
옮겨 앉았다
흔드는 개망초 몸짓을
대답으로 알아듣는 꼴이
하늘의 해는 또 얼마나 답답했을까
보통 천치가 아니네, 했을 테지
쪼그려 앉아 뭘 얻었냐고
묻지 마라
준 것 뭐냐고 따지지도 마라
마누라로 족하다
외로운 친구 만났고
말벗 돼 줬으면 크게 나랏일 한 거다
입 닫고
종편에 눈 박고 살아 봐라
얼마나 긴지
멀건이 지나가는
하지(夏至) 하루 재보면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