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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기 Jun 14. 2024

하지(夏至)

- 긴 하루를 개망초와 보내다

하지(夏至)


- 김용기



실성한 놈처럼

개망초 해작질은 집요했다


아침은 빨랐고

하루는 길었으므로

옮겨 앉는 자리마다

개망초 향기가 개코처럼 따라다녔다

해가 정수리에 앉을 때까지

그랬으므로

누가 봐도 혀 찰 일이었다


오금다리가 저리면 일어나

옮겨 앉았다

흔드는 개망초 몸짓을

대답으로 알아듣는 꼴이

하늘의 해는 또 얼마나 답답했을까

보통 천치가 아니네, 했을 테지


쪼그려 앉아 뭘 얻었냐고

묻지 마라

준 것 뭐냐고 따지지도 마라

마누라로 족하다

외로운 친구 만났고

말벗 돼 줬으면 크게 나랏일 한 거다

입 닫고

종편에 눈 박고 살아 봐라

얼마나 긴지

멀건이 지나가는

하지(夏至) 하루 재보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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