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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기 Jun 21. 2024

꽃향기

- 노숙자 사내를 만나다

꽃향기


- 김용기



분명 누군가의 아버지였고

얼마 전까지 어느 여인의 남편이었을 텐데

이 저녁 길가 쓰레기 더미를 더듬고 있는 중년의 남자를 보았다.

백팩을 등에  비교적 괜찮은 사내였다.

내 직무중 정리가 포함 돼 있어서 쓰레기를 옮기던 중이었는데 하필 내 눈에 띄었다.

십중팔구 썩은 음식이었을 텐데 만지작거리다니,..

"아직 저녁식사 안 했나 보죠?"

"따라오세요. 내가 빵 줄게요"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을 했다.

내가 근무하는 곳에는 간이 슈퍼가 있어서 요깃거리가 있다.

우선 앉혀놓고 컵에 물을 주고 빵 두 개를 줬더니 역시나 허겁지겁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웠다.

마침 누가 내게 주고 간 박카스 한 병과 건빵 두 봉지와 사탕이 있어서 건넷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덥석 받는다.

얼마나 배가 고팠을까 생각하니 안쓰러워 돌아서서 눈물을 훔쳤다.

'나는 저런 처지 되지 말라는 법이 어디 나와 있나'

생각하니 먹먹해졌다.

폴더 인사를 한다

"물 한 병 줄까요?"

묻는 내가 바보였다.

"네 감사합니다" 먼저 인사를 한다.

만 원짜리 한 장 주려고 지갑을 여니 오원 짜리다.

역시 나는 속이 좁다. 주지 못했다.

서둘러 가방을 메고 떠나는 그에게

"열심히 사세요. 살려달라고 하세요."

한 마디는 잊지 않았다.

종일 꽃향기를 생각했는데 저녁에 작지만 그 향기 나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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