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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共生)

- 생각하기 나름

by 김용기

공생(共生)


- 김용기



걷어 낸 거미줄을 치우며

여름철 월급을 받았다

내 일의 반복은 정해져 있었고

굶어 죽은 거미는

나 때문일 거라는 자책을 했다

내 월급 얼마라도

거미를 위해 적립할 거라는

막연한 기대는 아내의 몫이었으나

식탁의 변하지 않는 질을 봤을 때

가당찮은 기대였다

거미똥은 여전히 같은 크기로

바닥에 검은 원을 그렸고

회사는 나를

괜찮은 직원으로 평가하였을 것이므로

내 월급의 일부는

확실히 거미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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