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섞이면 더 예쁘다

- 따로 있을 때보다,

by 김용기

섞이면 더 예쁘다


- 김용기



따로 있을 때 예쁜 색을 섞었더니

검게 변했고

빛을 섞었더니 흰색 되었다

예쁘지 않았다

섞으면 안 되나 보다 했고

갸우뚱했다


따로 있거나

섞였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그 후 내 속(腸)이 잘 섞어 주었으나

한결같이

향기 없는 똥(糞) 되었다


따로 있을 때 예쁘고

맛있고,

섞였을 때를 예상 못했다면

섞이지 말아야 된다는 걸까


읽는다는 것은 성경을

내 안에 보내 섞는다는 것인데

섞인 진리를 지레 걱정하다가

미련한 생각 하나

번개처럼

전두엽 지나간 것을 알았다

"그런데 애들은 왜 저렇게 예쁘지?"


많이 바뀌었다고

나도 모르는 나를 귀띔해 주었다

어설프게 읽은 성경이

남들 눈에는

빠져나가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니

갸우뚱해진 고개를

바로 세울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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