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복(末伏)
- 김용기
펄펄 끓을 때
선풍기만 달달 볶았다
아이가 비튼 풍뎅이 모가지처럼
무기력한 날씨
삶의 의지를 인정하지 않는 아이는
드러누운 풍뎅이를 즐겼고
커피대신 공부만 마시는
젊은 손님들 종일 지켜보는 카페도
애를 태웠다
뜨끈뜨끈한 하늘에 대고
삿대질 두어 번 한 것이 전부인데
말복의 승리
하늘은 화살 맞은 것처럼 버둥댔고
머리 숙인 삼계탕을
전리품(戰利品)으로 받았다
인사권을 쥔 달력은
그새 처서(處暑)에게 손 내밀었다
아무도 눈치를 채지 못했고
힘 빠진 더위만 봤다
달력이 말복에게
승리 인증서를 주지 않았을 때
식은 새벽바람의 짐작은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