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십자가
- 김용기
예수님 달린 저 십자가
누가 밀었을까
옆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졌다면
힘겨운 그날 봤을 텐데
왜 그냥 갔을까
내려드리려다가
빌라도의 제지를 받았던 걸까
분하고 안타까웠을까
슬쩍, 심술로 그랬다는 얘기
훗날 꾸며낸 얘기라는 주장에
동의했나
삐딱하게 내 곁 서 있는
십자가에 대하여
바로 세우자는 목소리 높였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너만 바로 서면 된다
십자가는 기울어지지 않았단다
귓속말 들렸다
기울어진 것은 십자가가 아니라
나라는 걸 몰랐다
그랬다
모르는 체 하고 살았다
그랬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