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열다
- 김용기
창문을 열었을 때
바람이 먼저 들어왔다
새처럼 갇혔던
제 식구 구해내려는 조바심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바꿔갔다
빈 틈으로
햇빛이 기어이 들어왔고
그러다가
느린 달에게 자리를 내줬고
먼 별은 잠든 녘 두드렸다
바람이 따라 들어왔을 때
창문 낡은 이유를 알았다
흔드는 걸 느끼고 있었지만
낮을 지나
별빛처럼 쏟아져 들어왔을 때
선듯 마음의 문을 열지 못했다
가둬 두면 썩는데
누가 문을 두드렸다면
창문처럼 슬그머니
열어 주어야 한다
알면서도 열지 못하는
마음의 문에 대하여
오래된 쇳대 녹슬듯
늦으면 열리지 않는다는 걸
지금까지 알려 주는 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