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
- 김용기
저질러 놓고 후회하는 욱이
내 안 남아 있었다
집안 돕는 일로 회복시켰던
싸늘해진 관계가
억울하다
새벽기도로 함께 쌓았던 점수도
한 순간에 까먹었다
뭐라고 하든
한여름 불쾌지수 탓이려니
이노옴
내 안 그놈 주저앉혔었는데
불쑥 왜 그랬는지
기억도 없이 터져버렸으니
분하다
나오지 못하게 너무 오래
누르고 있었던 걸까
죽이지 못한 본성
답답하여
숨 쉬러 나온 건가
말도 못 하고
꽤 긴 시간 아내 눈치를 살폈다
똥 마려운 강아지 훈련시키듯
아내는 프로가 돼 있었다
그 몇 초 삼켰더라면
동네 자랑거리로 소문이 났을 텐데
저잣거리
그저 그런 사내로 전락했다
늘 어색한 후회를 다시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