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팍하다
- 김용기
잠시라도 끊어지면
헛수고다
시간이 도공(陶工)의 수염을
붙들고 다닌 이유다
게으르다는 손가락질을 견뎠다
빚고 구웠지만
티끌 하나 때문에 던졌다
깨도 아깝지 않았다
아깝지 않을 리가
시간을 던진다는 것은
제 살 도려내는 아픔이었지만
속내 드러내지 않았다
건진 것 없던 날, 오래 앉아 있었다
온유하다니
깨져서 뾰쪽한 소리에
괴팍함만 늘었는 걸
시(詩)가 그렇다
앙상하여
볼품없는 글귀에 눈 맞추는 사람은
점 빼고
사족 잘라 내 기우뚱거리는 시에
마음까지 얹다니
그래서 천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