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謝過)
- 김용기
미안해
이 세 마디가 그렇게 무거웠나
어두워서 더듬거렸다는
어수룩한 핑계
핸드폰만 밝혔어도 쉬웠을 일을
몰랐다는 거네
새벽마다 무슨 기도를 했을까
응답이라니
풀리지 않은 궁금증 끄트머리에
위선이 매달렸는데
콩콩콩 찧으면
재로 날아갈 한 줌 이 가벼운
허탈
미안해
불쑥 튀어나온 한 마디로
찌직거리던 난청이 해소되었다
은둔의 사막에 비가 내렸고
준비 안 된 탓에
물난리로 막혔던 곳 다 뚫렸는데
왜요
응답이 뭐냐고 다시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