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한 잔이
- 김용기
물 한 잔
식당 내 왼편에 살며시
내려놓고 가는 그녀
단지 그의 오른손 결정이었을까
마음이 손으로
손에서 다시 머리로
쭈뼛쭈뼛
왼쪽에 놓을까 오른쪽에 놓을까
인사는 할까 말까
짧은 시간 긴 갈등
밥이 쉽게 넘어갔을 리 없다
냉수 한 잔
입안이 따뜻해졌고
가슴은 후끈해졌다
곁눈질하던 복도에서
도파민이 꼭대기까지 올라갔을 때
성장한 갈등은 녹았고
우리가 되었는데
시간은 어느새 흑백사진이 되었다
설핏 지나간
빈 아들방 멈춘 벽시계가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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