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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기 Sep 25. 2024

초가을 아침 한 장

- 하늘

초가을 아침 한 장


- 김용기



빠르다

먼 별은 이미

숨을 곳 없다는 걸 알고 동트기 전

달아났다

별의 땀이 발목을 적셨다

백과사전에는 이슬로 돼 있지만

누군가 생각 없이 옮겨 적은 오류다  

차갑다는 것은

멀리 못 갔다는 증거다

노느라고

이것저것 무관심한 달에게

느린 낮달이라는 손가락질은

철이 없다거나

돌팔이라는 비아냥이다

추석이 겨우 한 주 지났는데

반 쪽이다

누구는 게으르다고 했고

핼쑥해진 것이

한가위 소원을 귓등으로 들었다는

세간의 푸념에 대해

상심한 탓이라는 게 중론

한물 간 연예인의

소심함을 닮은 시기였다

그러기를 몇 해

번지르하게 다시 나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소원을 빌 테고

나약함을 교묘히 파고드는

달의 내력을 알고 나면

손가락질할 일이 아니다

달이 살아남은 비결은 책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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