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 아침 한 장
- 김용기
빠르다
먼 별은 이미
숨을 곳 없다는 걸 알고 동트기 전
달아났다
별의 땀이 발목을 적셨다
백과사전에는 이슬로 돼 있지만
누군가 생각 없이 옮겨 적은 오류다
차갑다는 것은
멀리 못 갔다는 증거다
노느라고
이것저것 무관심한 달에게
느린 낮달이라는 손가락질은
철이 없다거나
돌팔이라는 비아냥이다
추석이 겨우 한 주 지났는데
반 쪽이다
누구는 게으르다고 했고
핼쑥해진 것이
한가위 소원을 귓등으로 들었다는
세간의 푸념에 대해
상심한 탓이라는 게 중론
한물 간 연예인의
소심함을 닮은 시기였다
그러기를 몇 해
번지르하게 다시 나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소원을 빌 테고
나약함을 교묘히 파고드는
달의 내력을 알고 나면
손가락질할 일이 아니다
달이 살아남은 비결은 책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