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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기 Oct 08. 2024

젖은 낙엽을 밟고 싶다

- 낙엽,  이슬에 젖다

젖은 낙엽을 밟고 싶다


- 김용기



바스락거릴 때마다

움찔했다

그들에게 마지막이 될 시간을

밟고 지나간다는 것에 대한

일말의 미안함이

나를 반추하게 하였다

코끝이 찡 했을 때는 눈을 아래로

힘줘 내려다보기도 하였으나

낙엽의 마지막 고통에는

변한 것은 없었다


젖은 낙엽은

그럴 리 없다는 생각

이슬 앉은 아침이었


힘들 때

밟혔던 기억은 슬펐다

눈 둘 곳이 없어서

눈을 흐리게 해던 기억은

여러 해 전이다


낙엽이 고통을 느낀다면

떨어질 때가 아닌 밟힐 때 

누군가는

추억 한 줄 위해 밟는다지만

디딜 때마다 바스락 거림은

신음이다

그를 위하여

이슬 젖은 낙엽을 밟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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