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로구먼
- 김용기
설명하지 않기로 했다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그림을 두고
어른들은 매번
모자가 왜 겁나냐고 했고
어린왕자는 설명을 포기했다
그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끝내 모자가 되고 말았다
어린왕자는 다른 길을 갔다
품 떠난 시가
가끔 거리를 헤멜 때 있고
허탈을 접는다
김병연처럼 시 한 줄 던져놓고
슬그머니 줄행랑치는
그런 시를 못 쓴 탓이다
그게 아니라고
모자가 아니라고 따질 일 아니었다
품 떠나면 소용없다는
진리는 변함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