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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기 Oct 09. 2024

모자로구먼

- 한글날, 시인 흔적 남기기

모자로구먼


- 김용기



설명하지 않기로 했다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그림을 두고

어른들은 매번

모자가 왜 겁나냐고 했고

어린왕자는 설명을 포기했다

그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끝내 모자가 되고 말았다

어린왕자는 다른 길을 갔다


품 떠난 시가

가끔 거리를 헤멜 때 있고

허탈을 접는다

김병연처럼 시 한 줄 던져놓고

슬그머니 줄행랑치는

그런 시를 못 쓴 탓이다


그게 아니라고

모자가 아니라고 따질 일 아니었다

품 떠나면 소용없다는

진리는 변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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