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이다
- 김용기
하늘이 기울 때 바람이 불었다
마음이 기운 가을에는
그리움이 있고
기울어졌을 때
떠나지 않았다면 교만이다
가을에는 떠나야 하는 이유가 있다
힘주면
기울어지지는 않을 테지만
돼지비계만큼 두꺼워지고
뻣뻣해지고
아주 쓸모없는 것은 아니지만
맛은 없다
멋은 없다
나이 든 달력이 기울어졌고
팔랑거렸다
떠날 채비를 하는 거다
참기름이 고소해도
기울어지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사람 냄새가 그렇다
이 가을
가둬 두었던 나를 열면
세상쪽으로 기울어지고
세상이 내게로 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