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소장의 죄
- 김용기
마주 보고 있지만
몇 년째 한 마디도 나누지 않는
불편함이 있다
원수처럼 다문 입
양보할 생각 없는 팽팽한 긴장감
낙엽은 눈치가 없다
앙숙
남들 잘 때 서열다툼 하듯
싸울까
저렇게 찬바람 날 때까지 놔둔
관리소장은 결국
해고되고
교체되고
한다는 짓이 기껏 주먹다짐 못하게
족쇄나 채워 놓고
월급 받아먹다가 갔다
겨울 또 올 테고
눈 다 맞아도
저러고
마주 앉아 서슬 퍼런 시간
겨누고 있을
아파트 긴 나무의자에
쪼그려 앉은 새 관리소장은
예쁜 페인트 칠을 했다.